지난 집행부 기획이사 겸 대변인
"선제적 정책 생산으로 대정부 투쟁·협상체계 구축"
"의료계 다양한 의견 수렴·통합해 성과낼 것"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갈등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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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진오비)'에서 활동하며 낙태 반대 운동에 앞장섰고,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진료센터장을 역임했다. 사직 후 지난 5월 제42대 임현택 집행부 때부터 기획이사 겸 대변인을 맡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5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최 대변인과 인터뷰를 갖고, 차기 의협 운영방안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 갈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지난 반년간 의협 대변인과 기획이사로 활동하며 의료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피부로 체감했다. 이 과정에서 의협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이대로 (의정 갈등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알면서도 가만히 손을 놓고 떠나는 게 오히려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료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회원들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싶다.
-대전협은 7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어쩔 수 없는 주장이다. 상대가 말도 안 되는 증원을 내세우고 전공의 악마화 등과 같은 모멸과 행정처분 등의 강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7대 요구안만 주장하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고마워해야 한다. 다만 시간상 7대 요구안에서 바뀌어야 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내용도 있다. 단순한 '탕핑(?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비대위에서 내년 의대 모집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떻게 보시나.
▲비대위의 주어진 역할을 하는 것이라 본다. 다만 실현 가능한가, 대안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2025년 의대 모집 전면 중단이 과연 가능할지 아마 비대위도 알 것이고, 그 전제하에 대안과 대응이 마련돼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어떻게 의료계를 규합시킬 계획인지.
▲어느 집단도 단 하나의 목소리는 없다. 여러 목소리가 모여 논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정부의 갈라치기 전략으로 인해 당연한 여러 의견이 마치 통일되지 않는다는 매도를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과연 그렇다면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는가 되묻고 싶다.
다양한 의견은 오히려 의료계가 이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강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며, 그렇기에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분열됐다는 일방적인 매도로 힘을 빼고 있을 뿐인 정부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 모든 의견을 다 듣고 수렴할 수 있는 후보인지가 중요하다. 나는 듣고 이해하고, 설득하고, 통합할 능력과 준비가 돼 있다.
-회장 당선 시 어떤 목표와 공약을 제시할 것인지.
▲젊은 의사들 중심의 의협 세력화 ▲정책 생산기구로서의 의협 발전 ▲회원들의 직접 의사결정 참여 창구 마련 ▲문제 회원에 대한 자정작용 강화 ▲의사 숫자 추계 원칙 법제화 및 의학평가원 독립성 확보 ▲불합리한 수련 체계 개선 ▲의협의 온라인 시스템 통합 및 보건의료 데이터 관리 등이다.
-의협 회장이 되면 대정부 스탠스 어떻게 가져갈 건지.
▲투쟁이든 대화든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이제 더는 주장만 해서는 안 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는 각종 악법과 불합리한 정책들을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하고 있다. CCTV 설치 의무화와 면허 취소법 등에 대한 법 개정으로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잡겠다. 또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생산하고 국민들에게 홍보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정부와 협상하고 상시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
-차기 집행부에 가장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사직 전공의들과의 협력이다. 어떻게 협력할 계획인가.
▲참여와 청취, 그리고 많은 권한 부여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할 말은 똑바로 제시간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전공의들이 우려하는 것은 협력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배제돼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본다. 그들이 우려하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서로 할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부터가 전공의 선생님들과 우리 관계의 시작이라고 본다. 회장이 된다면 집행부를 면허 취득 5년 이내 의사 중심으로 구성하겠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참여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의협 집행부로 직접 들어와서 함께 논의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주체적으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의료사태 해결의 데드라인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원점 재논의에 들어가는 시점이 데드라인이다. 현재로서는 데드라인 시점이 불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수능이 이미 치러진 상황이다. 내년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어려운 문제다. 대전협은 모집 중지를 주장하고, 대한의학회는 숫자 조정을 말하는 등 이견이 있다. 증원된 숫자를 인정하긴 어렵지만, 학생과 학부모 생각하면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만일 정부에서 2025년 증원된 인원을 앞으로 기존 정원에서 줄이는 안을 가져오면 각 단체의 의견을 물어 정리해 볼 필요는 있다. 다만 어려운 문제이고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달라 다양한 의사단체와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다
-지난 3일 계엄 선포와 포고령이 향후 의료사태에 어떤 영향 줄지.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포고령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할 정당한 언론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가장 기본적인 인권 등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싸움이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의협 회장으로서 가지는 본인의 장단점은?
▲차기 회장에겐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안마다 적기에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20여년간의 의료계 활동 경험, 대변인과 기획이사로서의 경험,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능력, 하루의 공백도 없이 바로 의협을 이끌어갈 준비된 회장인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불신임당한 지난 집행부 출신이란 것이다. 하지만 난 임현택 전 회장과는 다르다. 당시 누가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도울 계획이었다. 기존 집행부 출신이지만 임현택의 사람은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지난 집행부 때 경험으로 무엇 때문에 탄핵을 당했고, 어떻게 하면 지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회장이 된다면 한치의 회무 공백도 없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지난 집행부와는 어떤 차별점을 가지려 하나.
▲지난 집행부에선 대변인이라는 역할을 맡았기에 무언가를 기획하더라도 곧바로 추진할 수 없었다. 원래 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준비했던 것은 젊은 의사들 중심으로 논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실질적으로 의협에 참여해 중지를 모으고,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해주려 했다. 단순 참관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중심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전혀 못 했었다. 이번 선거캠프의 선대위원장 자리도 사직 전공의에게 내줬다. 지금도 젊은 의사뿐 아니라 의대생들까지 참여하는 캠프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지난주 금요일 출마 선언 후 3일 만에 거의 1000명 가까운 회원들이 추천서를 써주셨다.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지지해 주시는 회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의협을 젊은 의사들이 직접 이끌어가는 역동적인 단체로 만들고, 정책 생산기구로 발전시켜 완전히 새로운 의협을 만들겠다. 최안나의 의협은 이제 시작이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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