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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중심잡기 훈련하다 떨어져 다친 초등생…대법 “태권도관장 과실 없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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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1심 무죄→2심 벌금 150만원

대법, 무죄 취지로 판단

헤럴드경제

대법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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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초등학생에게 중심 잡기 훈련을 시켰다가 다치게 한 혐의를 받은 태권도장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앞서 2심은 유죄였지만 대법원은 관장이 안전교육을 실시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과실(過失·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받은 태권도관장 A씨에게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전주시 완산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있는 태권도장을 운영했다. 그는 2020년 10월께 한 초등학생에게 원탑에 올라가 몸의 중심을 잡는 훈련을 시켰다. 원탑은 높이 31cm의 타원형 모형으로 발판이 좁았다.

피해 아동은 첫 번째 시도 당시 원탑에서 떨어졌고, 그 다음 A씨의 손을 잡고 올라갔으나 무서워서 곧바로 내려왔다. 세 번째 시도에서 중심을 잃으면서 매트 위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왼쪽 팔꿉치 부위를 바닥에 부딪히면서 약 3개월의 치료를 요구하는 골절상을 입었다.

수사기관은 A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해당 혐의는 업무상 필요로 하는 안전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결과, 피해자를 다치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고의가 아닌 단순 과실이라도 사람을 다치게 한 이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에서다.

1심은 무죄였다. 1심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 제3단독 김연하 판사는 2021년 12월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매번 준비운동을 했으며, 훈련 중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안전교육도 반복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가 어떤 주의사항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해서 이번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아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엔 태권도장에서 통상 사용하는 재질의 바닥이 설치돼 있고, 원탑 기구를 제조한 회사의 사용방법에 관한 설명을 봐도, 실내 체육시설 바닥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처럼 돼 있다”고 밝혔다.

2심에선 유죄로 뒤집혔다. 2심을 맡은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 노종찬)는 2022년 7월께 A씨에게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형의 집행유예란 벌금형을 선고하되, 일정기간 집행(벌금 납부)를 유예해주는 판결이다. 유예기간 중 재범을 저지르지 않으면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2심 재판부는 유죄를 택한 이유로 “구조상 해당 원탑에서 쓰러지는 상황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데도 A씨가 설치한 매트만으론 충격을 완화해 부상을 방지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아동에게 보호장비 착용이나 매트의 추가 설치 등 조치 없이 중심잡기 훈련을 계속하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부상을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하급심(1·2심)에서 판단이 엇갈리자, 대법원에서 교통정리에 나섰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 “원탑에서 사람이 바닥에 떨어질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주의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는 중심잡기 훈련 전 아이들에게 준비운동을 시켰으며 훈련 중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안전교육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직후 피해자의 어깨 부위에 아이스팩도 붙였다”고 했다.

대법원은 “과거 비슷한 골절사고가 A씨의 태권도장에서 발생한 적도 없다”며 “원탑의 높이가 31cm라 만8세에 가까운 아동에게 지나치게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 향후 진행될 4번째 재판에서 A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죄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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