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 신인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전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이 무너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바탕 계엄 소동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재로선 신용등급을 바꿀 필요가 없다”면서도 “향후 투자자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최 부총리는 4일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여는 한편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기구 수장, 메이저 신용평가사에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며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계엄 여파로 내각과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최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에 당부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소임을 다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바란다. 경제가 어려운데 컨트롤타워마저 흔들려선 안 된다. 자영업자 지원 대책 등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옳다.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탄핵열차’와는 별도로 민생을 챙기는 데 여야가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내년 예산을 둘러싼 갈등부터 서둘러 해법을 찾기 바란다. 정부도 서민과 자영업자에 도움이 된다면 꼭 긴축 재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기를 살리는 반도체특별법은 탄핵 정국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재계가 난색을 표하는 상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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