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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vs 구글 인공지능… 일기예보, 누가 더 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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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마인드가 공개한 ‘젠캐스트’

복잡한 방정식 대신 확률로 예측

극한 날씨도 더 정확하게 알려줘

일기예보는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다. 오늘 우산을 챙겨 나가야 할지, 두꺼운 외투를 입을지, 자동차 타이어에 스노체인을 씌워야 할지 등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풍랑이나 해일을 피해야 하는 어업 종사자, 파종이나 수확 시기 등을 결정해야 하는 농업 종사자들에게는 특히 더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폭염이나 한파 등 극한 날씨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화된 일기예보 시스템이라도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기상 현상에는 변수가 워낙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예측을 크게 벗어난다.

이처럼 까다로운 일기예보 예측 모델에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 데미스 허사비스가 창업한 구글 딥마인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핵심 도구인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의 새로운 일기예보 생성 모델을 공개한 것이다.

일런 프라이스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연구팀은 일기예보를 생성할 수 있는 머신러닝 모델 ‘젠캐스트(GenCast)’를 개발하고 연구 성과를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기존 일기예보 시스템은 기상 관측소에서 측정한 온도, 습도, 풍속, 강수량 등의 데이터와 기상위성 및 레이더 등의 정보를 수집해 슈퍼컴퓨터로 전송한 뒤 복잡한 방정식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미래 날씨를 예측한다.

반면 젠캐스트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기상을 예측한다. 과거와 현재 기상 정보를 기반으로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확률적 예측’을 하는 기상예보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1979년에서 2018년까지 총 40년간 발생한 기상 상태를 분석한 데이터를 젠캐스트에 학습시켰다. 데이터 학습을 마친 젠캐스트는 지표면과 대기 변수를 고려해 8분만에 15일간의 세계 일기예보를 생성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는 ‘앙상블’ 예측 시스템인 ‘유럽 중거리용 일기예보 센터’와 젠캐스트의 기상 예측 결과를 비교했다. 앙상블 예측은 단일 수치예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모델로 분석을 수행한 뒤 평균을 내서 날씨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두 시스템의 비교를 통해 젠캐스트의 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사용된 테스트 사례 1320건 중 젠캐스트가 더 정확하게 예측한 사례는 약 1283건(97.2%)에 달했다. 특히 극한의 날씨, 열대성 저기압 경로, 바람 세기 등을 더 잘 예측해 냈다.

딥마인드는 지난해 11월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1분 내 날씨 예측을 할 수 있는 일기예보 모델 ‘그래프캐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래프캐스트 또한 슈퍼컴퓨터처럼 복잡한 방정식을 사용하지 않고 1분 안에 향후 10일 치의 허리케인 경로, 극심한 온도 변화 등을 예측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공개한 젠캐스트는 개인과 조직 등이 날씨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일기예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폭풍이나 폭염 등 극한의 기상 현상을 대비하는 데 유용하게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젠캐스트나 그래프캐스트 같은 AI 일기예보 시스템은 슈퍼컴퓨터처럼 거대한 컴퓨터 없이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에서 실행 가능해 도입 및 운영 비용 등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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