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
눈앞에 우주가 펼쳐졌다. 화성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지구도 보인다. 천체 과학 시간이다. 지구로 돌아와 이집트로 장소를 옮겼다. 고대 피라미드 내부를 거닐어본다. 파라오의 무덤이 시선을 채운다. 이렇게 세계사와 가까워진다. 헤드셋을 벗으니 이제 다시 교실 안이다. 미래 얘기가 아니다. 얼마 전 회사를 찾은 교사 연구 모임에서 보여준 실제 교실 모습이다. 가상현실(VR)을 통한 메타버스 기술이 교육에 접목된 현장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요즘의 학생들에게 인기다.
얼마 전까지 전 세계를 휩쓸었던 메타버스 열풍이 이제는 식었다고 한다. 관심도 줄고 이용자도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 현장에서만큼은 그 열기가 여전하다. 책으로만 접하던 내용이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3차원(3D) 경험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실제 혁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열정적인 교사들이 메타버스 기술로 생동감 넘치는 교실 현장을 이끌고 있다.
선생님들이 열정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새로워서만이 아니다. 능동적인 학습법이 교육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교육학에는 ‘학습의 원추’라는 이론이 있다. 학습법에 따라 나중에 기억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학습 후 2주일이 경과한 뒤 읽기만 했을 경우 기억하는 내용이 10%에 그친다. 반면 듣기·보기·말하기 등 상호작용과 다감각적 자극을 통한 체험이 더해질수록 기억하는 내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체험이다.
이를 일찌감치 간파한 선생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메타버스 개발자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주성 성신초 교사가 대표적이다. 법 교육 수업을 하며 메타버스에 법원을 만들어 학생들과 모의재판도 진행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호응이 컸던 것은 물론이다. 이 교사는 “사람 사이의 소통을 더 가깝게 하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아주 좋은 도구”라며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교육적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관련 정보기술(IT) 기업 종사자로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회사의 첨단 기술이 교육 현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긴다. 때마침 또 다른 글로벌 IT 기업이 관련 기기를 국내에 출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관심을 받지 못하면 쓸모가 없는 법이다. 메타버스 기술이 선생님들의 손에 쥐어지면서 훌륭한 교육 도구가 됐다. 앞으로 또 어떤 미래 기술이 선생님들의 열정과 만나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혁신해나갈지 사뭇 기대된다.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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