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 인근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아이의 시신을 안고 울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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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고의적인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저질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5일(현지시간) 공개한 296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파멸시키려는 구체적인 의도를 갖고 1948년 채택된 제노사이드 협약(집단학살범죄의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을 위반해 집단 학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4만4000명 넘게 숨지고 10만5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점을 지적하며 “이스라엘군의 공격 다수가 다분히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무차별적 공격이었고, 다세대 가족 전체를 몰살시키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21세기 벌어진 그 어떤 분쟁에서도 보지 못한 수준과 속도의 파괴”라고 짚었다.
이어 “이스라엘은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키고 주요 기반 시설과 농경지 및 문화·종교 유적을 파괴했으며, 이로써 가자지구 상당 지역을 거주 불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이스라엘군의 공격 패턴과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이 내놓은 발언, 공식 성명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민간인들의 죽음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부수적인 피해’가 아니라 ‘의도적인 집단 학살’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하마스 전투원들이 인구 밀집 지역에 숨었다고 해서 무차별적인 공격을 피하고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이스라엘의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사 결과 이스라엘은 반복적으로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하마스의 행위를 들며 정당화할 수 없는 다수의 국제법상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민간인의 죽음을 하마스 파괴의 도구로 보았든, 이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당할 만한 부산물로 여겼든 간에,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려할 가치 없이 간단히 처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다는 것 자체가 집단 학살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앰네스티는 군인들에게 이런 집단 학살 범죄를 부추기는 이스라엘 정부 및 군 고위 인사들의 발언들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7일부터 지난 7월 초까지 약 9개월간 가자지구 내 피해자와 목격자, 가자지구 현지 당국과 의료계 종사자 등 212명을 인터뷰하는 한편 현장 조사와 위성사진 등 다각적인 자료 조사 등을 토대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이 내놓은 공식 성명 등도 분석했다.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여러 학살 사실을 이스라엘 당국과 공유했으나, 보고서 발표 시점까지 답변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앰네스티는 밝혔다.
지난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남부의 한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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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는 가자지구에서의 집단학살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를 막지 못한 국제사회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아네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는 국가들은 집단 학살을 방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집단 학살의 ‘공범’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면서 “지난 1년여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잔혹 행위를 끝내도록 압박하는 데 실패한 국제사회의 수치스러운 모습은 우리 모두의 양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광적이고 개탄스러운 조직인 국제앰네스티가 다시 한번 완전한 거짓말에 근거한 조작된 보고서를 내놨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내린 집단학살 방지 명령에도 이의를 제기했으며,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에게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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