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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금)

[노트북 너머] 퇴행적 비상계엄...성숙한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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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3일 밤 10시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믿기 힘든 소식이 뉴스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국가기관 교란, 내란 획책, 종북, 반국가 세력 등 거친 단어들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윽고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사령부는 이날 밤 11시부로 발효되는 포고령 제1호를 발표했다. 포고령 제1호의 마지막 여섯 번째 항목은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였다.

여전히 누군가는 30년은 더 지났을 과거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표현이었다. 야당이 예산, 탄핵으로 국정을 과하게 견제했더라도 이를 ‘종북세력의 체제 전복 행위’로 볼 근거는 없다.

반면 계엄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그들의 사고를 훌쩍 넘어선 모습이었다.

여야 보좌진들은 인간 띠를 만들어 국회로 진입하려는 군을 제지했다. 국회 외부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은 계엄 철회를 요구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안위를 우려할 정도의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

정치인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상황을 알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통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국회의원에게 국회로 이동을 당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주요 인사들도 SNS를 통해 “계엄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상황이 투명하게 공유되며 국회의원들도 빠르게 본회의장에 집결,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2시간 반 만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언한 시간은 4일 새벽 4시 30분. 비상계엄을 발표한 지 약 6시간 만에 이날의 사태는 종료됐다. 구시대적인 비상계엄 조치를 대하는 태도는 ‘2024년의 시민의식’ 그 자체였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계엄 사태를 야기한 윤 대통령은 물론 이번 일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는 명확하게 사안을 해명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여야 역시 관련 책임자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시민들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일상을 복원해야 한다. 시민들이 정치가 자신의 삶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품은 만큼 누구나 이해할만한 합리적 조치가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2024년의 정치는 다르다’는 믿음을 줄 좋은 기회인 만큼 초당적인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투데이/이민재 기자 (2m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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