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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계엄 뜬금포에…경제 컨트롤타워 무능을 넘어 '증발'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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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경기둔화와 美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도 큰데

尹이 저지른 '계엄 사태'로 '경제 컨트롤타워'까지 사라질 위기

"尹정부 경제 정책 실정 멈춰선 것은 전화위복 되겠지만 단기적 충격 불가피"

"얼마나 빨리 사태가 수습되냐가 관건…탄핵 국면서 尹 '버티기' 들어가면 피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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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와 대외 여건의 격변이 겹친 마당에 윤 대통령이 자초한 대형 정치적 악재로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까지 공백 위기에 내몰리면서 한국 경제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포고 사태가 벌어진 지난 3일 밤부터 한국 경제는 절벽으로 곤두박질할 위기에 놓였다. 1400원대를 오르내리던 원/미 달러 환율은 순식간에 40원 넘게 치솟다가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안을 가결하자 1410원대로 내려섰지만, 4일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2원 오른 채 마무리됐다.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4천억 원 넘게 순매도하며 전날보다 36.10p(1.44%) 하락한 2,464에, 코스닥도 13.65p(1.98%) 떨어진 677.15를 기록하고 거래를 마쳤다.

정부 경제부처는 기존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된 채 비명을 지르는 금융·외환 시장을 수습하는데 총동원됐다. 장차관들의 외부일정이 줄줄이 취소된 가운데,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려던 경제관계장관회의는 '계엄 후폭풍'을 막기 위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와 긴급경제장관회의로 대체됐다.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대내적으로는 경제6단체 대표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대외적으로는 각국 재무장관 및 주요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평사 및 금융기관, 투자자 등에게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안정적인 경제정책 운영 의지를 설명하는 긴급 서한을 발송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블룸버그TV에 출연해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소방수 역할에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F4회의에서 발표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의 내용을 정리했다.

다행히 계엄 사태가 비교적 빠르게 해제되면서 금융·외환 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이었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이 재확인되며 빠르게 수습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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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자정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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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 등 국무위원 전원과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들은 이번 계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했고,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혼란에 빠진 정도를 넘어 아예 증발할 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최 부총리 등이 곧바로 자리를 비우지 않고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와 리더십은 이미 충분히 훼손됐다. 특히 국무위원인 최 부총리 등이 계엄 전후 국무회의 참석 여부와, 당시 어떤 의견을 펼쳤느냐 등에 따라 수사대상에 오를 수도 있는 마당에 이들이 추진하는 정책에 힘이 실릴 리가 만무하다.

국회에서는 계엄 사태의 주동자인 윤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 정국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설혹 '경제 컨트롤타워'가 계속 자리를 지키더라도 어차피 그간 당정이 함께 펼쳐온 주요 경제정책 기조는 계속 추진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뜩이나 얼어붙었던 투자·소비심리가 한층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는 계엄의 명분으로 소환됐던 2025년도 예산안은 아직 확정되지도 못했다. 최근 2년 동안 약 90조 원에 육박하는 세수 결손 사태까지 벌인 상황에 과연 정부 부처가 내놓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 실현 가능한 카드인지도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4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 경제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전망치보다 각각 0.2%p, 0.1%p씩 낮춰잡은 2.5%, 2.2%로 예상했다. 이마저도 '계엄 후폭풍'은 고려하지 않은 결과여서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위축된 경기 상황에 물가 오름세도 3개월 연속 1%대로 둔화됐고, 고용 부문도 건축업을 중심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악의 성적을 경신하던 터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과 여권이 사태의 책임을 제때 지지 못하고 탄핵 정국이 장기화된다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외 요건이 급변하는 시기에 자칫 경제 회복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대학교 이필상 특임교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무역 압박 등 대외 요인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불확실성까지 커진데다, 내각 총사퇴로 이어지면 위기를 관리할 주체까지 없어지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증권·외환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나, 심각할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정책 리스크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의 문제인데, 국정이 마비된 현재 상태를 얼마나 빠르게 정리하고 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실정(失政)이 누적된 가운데 위기 상황을 맞이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아주대학교 국제학부 김용기 교수도 "한국은 대외적인 통상 여건이 수출은 물론 국내 생산·고용까지 매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나라이고, 특히 미-중 갈등에서도 한국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대외 여건의 변화를 우려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제도적 역할을 하지 않고 민간에 맡기면서 경제 성장을 방해해 왔다"며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던 정책 기조를 수습하기도 전에 대외적 위기 요인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역량까지 부재한 위기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박상인 교수는 "이미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윤석열 정부는 총선 이후부터 식물 정부 상태나 다름 없었다"며 "이번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남은 2년 반 임기 동안 식물 정부 상태로 있었을 텐데, 이 상태가 조기에 종식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온 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물론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혼란을 얼마나 빨리, 질서있게 수습하냐의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며 "윤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탄핵 국면이 장기화되면 경제적 타격도, 불확실성도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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