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단독] "확 계엄해 버릴까" 尹, 평소에도 종종 얘기했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포에서 해제까지 6시간이 걸린 윤석열 대통령의 3일 심야 비상계엄 발령은 여러 의문점을 낳고 있다. 윤 대통령이 왜 계엄령 카드를 꺼냈는지, 누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 몇 시간 만에 끝난 건 무엇 때문인지 등이 대표적이다.



①‘충암파’ 김용현이 주입? 尹 특유의 즉흥적 성격?



다수 국민에게 계엄령은 교과서에나 등장하던 역사적 유물 같은 단어였다. 지난 9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 도중 계엄령 준비 의혹을 꺼내자 대통령실은 즉각 “날조된 유언비어”, “세뇌시키는 선동”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합리적 의심으로 확인됐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을 계엄으로 이끈 핵심 인물로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꼽는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했고,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계엄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8월 전격적이었던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놓고도 “계엄 상황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직후부터 경호처장을 맡았던 김용현 장관이 국방부로 옮기면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실로 자리를 이동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용현을 국방부 장관으로 옮긴 것도 계엄령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과 더불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충암고를 나왔다. 이 두 사람은 특히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각별해 대통령실에서도 “윤 대통령과 정권이 끝날 때까지 함께 갈 사람”으로 여겨졌다.

윤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성격이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근 들어 ‘양극화 타개’를 집중적으로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전날 참모들에게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계엄령을 꺼내든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30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에 없던 때 ‘이준석 패싱’ 논란을 일으키며 전격 입당한 이후부터 “중요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평소에도 “확 계엄 해버릴까” 하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②“김건희도 몰랐다”…극비리 진행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3분 긴급 담화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대통령실 참모진 대부분은 계엄 선포 상황을 미리 알지 못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조차 계엄령 발령이 임박해서야 관련 정보를 공유 받았다고 한다. 국무회의 참석자 대부분도 회의가 시작된 뒤에야 알았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건희 여사도 계엄 선포를 미리 몰랐다”고 전했다. 여권의 최고 실력자들에게조차 계획을 숨긴 상태에서 김용현 장관 등 극소수 인사가 극비리에 계엄을 준비한 것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차라리 김 여사가 미리 알았으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계엄이 해제된 뒤에도 소통이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여의도에서 윤 대통령을 옹호하던 친윤계 의원들도 “윤 대통령과 연락이 되지 않아 도무지 이유를 몰라 너무 답답하다”라거나 “용산 참모들도 몰랐는데, 우리가 뭘 알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③계엄군 과신? 의도된 ‘오버 액션’?



가장 큰 의문은 윤 대통령이 불과 6시간 만에 수포가 될 일을 실행한 이유다. 여권에선 계엄령의 성격상 보안에만 몰두하다 실행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계엄군의 핵심 역할을 맡을 군 지휘관도 담화 전까지 전혀 몰랐다는 증언이 나온다. 수도권 주요 사령관은 “나도 포고문이 나오는 걸 보고 알았다”며 “나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군의 실행력을 오판했을 가능성도 있다. 3일 심야 상황에서도 군 병력보다 야당 의원이 먼저 국회에 집결했다.

일부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애초부터 경고에 방점을 두고 벌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회와 무력 충돌이 생기지 않게끔 계엄 선포 한 시간 뒤에 군대를 출동토록 하고, 투입된 군 병력에 공포탄을 지급하거나 탄창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애초부터 입법 폭주를 하는 야당에 경고하려던 것이지, 실제 국회를 장악하려고 했다면 이렇게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허진·박태인 기자 bim@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