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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기억할 오늘] 메리 셀레스트호의 불멸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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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메리 셀레스트호의 비밀
한국일보

2020년 개봉한 해양 호러영화 'Haunting of the Mary Celeste'(섀너 베츠 감독) 포스터.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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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년 12월 5일 미국 범선 ‘메리 셀레스트(Mary Celeste)호’가 대서양 아조레스(Azores) 제도 동쪽 650㎞ 해역에서 영국 함선 ‘데이 그라시아(Dei Gratia)호’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메리 셀레스트는 두 돛을 활짝 펼친 채 거의 전속력으로 “다소 불안정하게” 항해 중이었다고 한다. 신호에 아무런 응답이 없자 데이 그라시아호 선장은 선원들에게 승선 조사를 지시했다. 배는 유령선처럼 텅 비어 있었다. 일부 장비가 손상되긴 했지만 항해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식수와 식량도 충분했다.

캐나다에서 건조된 198톤 규모의 쌍돛 범선인 메리 셀레스트는 약 1,700배럴의 산업용 알코올을 싣고 그해 11월 7일 뉴욕항을 출항했다. 이탈리아 제노바로 향하던 배에는 공동선주 겸 선장 벤저민 브리그스(Benjamin S. Briggs)와 그의 아내, 두 살 된 딸, 8명의 선원이 승선했다. 발견된 항해일지의 마지막 기록에 따르면 배는 11월 25일 발견지점에서 약 800㎞ 떨어진 해역을 순항 중이었다.

배는 영국 해외 영토인 이베리아반도 지브롤터로 견인돼 대대적인 조사를 받았다. 구명정 한 척이 사라진 점을 들어 승선자들의 긴급 탈출을 짐작게 했지만, 탈출 이유나 행선지 등을 추측할 만한 흔적은 없었고, 이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선상 폭동설, 해저 지진 등으로 인한 조난설, 보험사기를 노린 자작극설 등만 난무했다.
대항해시대 이후 최대의 해상 미스터리라 불리는 메리 셀레스트호의 비밀은 이후 소설과 연극, 영화, 오페라 등의 소재가 됐고 다양한 유령선 영화의 모티브로도 활용됐다.

메리 셀레스트호는 이듬해 9월 뉴욕으로 반환됐지만 저주받은 배라는 낙인 속에 사실상 방치되다가 74년 헐값에 매각돼 화물과 함께 숱한 소문을 몰고 다녔다. 배는 85년 아이티 인근 해역에서 고의 난파(폐선)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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