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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내각 총사퇴·탈당으론 수습 안돼… 尹, 이대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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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파동] 정치권·전문가들 ‘尹의 선택’ 제언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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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정국’ 후폭풍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은 여야(與野)에서 내각 총사퇴, 대국민 사과, 탈당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도 발의했다. 정치권에선 “지금 같은 ‘리더십 공백’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헌법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한 이번 사태의 충격파를 감안할 때 내각 총사퇴나 윤 대통령 사과로는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개헌(改憲)을 전제로 ‘질서 있는 퇴진’에 나서거나 즉각 하야하는 방법,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 상태로 버티는 방법 등을 선택지로 언급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김영수 영남대 교수

김영수 교수는 “임기 단축 개헌이 가장 합리적인 수습책”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을 수용해 마무리하고 물러나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이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도 거론된 방안이다. 여야 합의로 개헌한다면 그나마 평화적인 모습으로 정치적 혼란이 수습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비상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은 직(職)을 수행할 만한 권위가 사라졌다”며 “보수 진영이 이 문제를 역류시키려면 더 큰 문제가 벌어진다. 지금은 전략적인 철수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권 안에서 전략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서, 그 틀을 바탕으로 야당과 협상하고 정국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이제 여당은 대통령실을 보호하면 안 되고, 김건희 특검법이든 해병대원 국정조사든 다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

박성민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력(自力)으로 퇴로를 만들기 어렵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정치적인 선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임기를 모두 마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는 하야, 탄핵, 임기 단축 개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임기 단축 개헌은 야당이 (대통령을) 믿지 못할 것이고, 탄핵은 여당에서 받기에는 내부적으로 정리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하야는 대통령에게 어떻게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로선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어떤 것 하나도 실현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인 종속변수로 전락한 상황이라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힘마저 상실했다”며 “다만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비상계엄령을 건의했다는 김용현 국방 장관을 강하게 문책하는 것부터 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했다.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

헌재 공보관 출신인 배보윤 변호사는 “갑작스런 계엄령 발령으로 혼란을 겪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그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야당의 탄핵 소추안 의결로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가 될 경우, 헌재 탄핵 심리에서 야당의 무차별 탄핵과 예산 일방 삭감 등으로 사실상 국가 기능이 마비될 위기였다는 점을 설명하며 정면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 경우 국정 공백 장기화는 피할 수 없는 만큼 야당이 탄핵 시도를 멈추는 것이 최선”이라며 “국회도 장기 공석인 국회 몫 방통위원, 헌재재판관 추천처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께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만큼은 안 된다. 한번 탄핵을 경험하니 국민이 반으로 쪼개지고 나라도 혼란스러워지지 않았느냐”면서 “야당이 탄핵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금이 대통령이 결정할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고 했다. 안 의원은 “당의 정치적 유불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헌정 질서”라며 “국민의힘이 제대로 헌정 질서를 지키는 당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윤태곤 실장은 “대통령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탄핵은 안 되니 참아보자’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서도 “개헌이 추진되는 동안에 윤 대통령이 그대로 현직에 있겠다는 말인데, 민심이 용납하겠나”라고 했다. 윤 실장은 “윤 대통령이 사법적 책임을 지고, 김용현 국방 장관도 구속 수사하는 장면이 나와야 국면이 조금이라도 수습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석연 전 처장은 “윤 대통령이 즉각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전 처장은 “이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어렵게 됐고, 더 이상 버티면 탄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지경까지 왔다”며 “당장 스스로 사임하고 어떠한 형사적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고 했다. 헌법 전문가인 이 전 처장은 “내란죄 등 탄핵 요건이 명백해서 헌법재판소에서도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민심마저 돌아섰기 때문에 탄핵당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했다. 향후 국정 운영과 관련해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하고, 여야가 상의하면서 협치(協治)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야당의 추천을 받아서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

이재묵 교수는 “윤 대통령이 난국을 타개할 만한 수단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굳이 꼽으라면 개헌 카드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임기를 단축해서 물러날 테니, 마지막으로 개헌까지는 책임지겠다고 정치권에 제안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나오는 윤 대통령의 탈당이나 내각 총사퇴, 대국민사과 같은 방식으로 정국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윤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지금의 권력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를 만드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해법”이라고 했다.

◇조해진·이재영 전 국민의힘 의원

조해진 전 의원은 대통령 임기 단축보다는 내각제 개헌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조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민주당에 내각제 개헌을 제안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로서는 ‘사법 리스크로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겠다’고 판단되면, 내각제 개헌에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보다는 개헌으로 권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지금은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니, 이번 기회에 그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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