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많아진 유통가
지난 밤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일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문 닫은 대형 마트 대신 편의점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몰렸다. 유통업계는 연말특수가 사라지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 심리가 더욱 얼어붙을까 우려하고 있다.
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A 편의점은 지난 3일 오후 11시~자정까지 1시간 동안 주택가 인근 4000개 점포에서 생필품 매출이 1주일 전 같은 시간보다 급증했다. 매출이 늘어난 품목은 통조림(337.3%)·봉지라면(253.8%)·생수(141%)·즉석밥(128.6%)·건전지(40.6%)·안전상비의약품(39.5%) 등이었다. B 편의점은 같은 시간대 통조림(75.9%)·햇반(38.2%)·생수(37.4%)·라면(28.1%)·시리얼(14.1%)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C 편의점은 같은 시간대에 즉석밥 매출이 전날 대비 70% 올랐다.
생필품 사재기는 주거지 인근 편의점에 집중됐다.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 상가 1층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원래 심야 시간대엔 주류와 안줏거리가 주로 팔리는데, 어젠 생수를 사러 오는 오피스텔 주민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특히 50~60대 연령대 고객이 물건을 많이 사간 걸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생필품 구매가 급증했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선 4일 오전 1시 기준으로 쌀(2위)·라면(3위)·생수(6위) 등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의류와 가전제품이 많이 팔리는 11번가에서도 오전 1시경 인기 검색어에 라면이 올랐다. 특히 자정까지 다음 날 새벽 배송 주문을 받는 쿠팡에 생필품 주문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날 오전 전략실 주관 긴급 점검 회의를 소집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따라 계열사별로 예상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등도 직원들이 비상 근무를 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모임과 소비가 집중되는 화기애애한 연말 분위기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국이 어수선해지면 소비는 줄어든다. 연말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연말 대목을 실적을 끌어올리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왔다. 대규모 세일과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들이 집중된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계획대로 모든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환율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텔업계와 면세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원화가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가파르게 추락해 한때 달러 당 1442원까지 내려갔다. 환율에 민감한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정국 불안정 이슈까지 덮친 꼴”이라고 전했다.
영국·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투숙이 예정된 고객들이 e메일로 안전에 대해 문의를 해온 경우도 일부 있었다”라며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관광·여행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라고 말했다.
장주영·오삼권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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