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중행동·민주노총 등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민촛불’ 집회를 열었다. 모여든 인파는 주최 측 추산 1만명에 달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북 영천에서 온 퇴직 교사 이현규(63)씨는 “1979년에 계엄을 경험했다”며 “다음 세대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3시간 반 걸려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4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입구에서 윤석열 퇴진 대학운동본부 경북대학교지부가 대통령 탄핵 촉구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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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했던 여의도 국회 앞에도 경찰 추산 2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전날부터 국회 앞에 있었다는 의정부 거주 박종민(31)씨는 “국민이라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고교생 김모(17) 군은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선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오후 7시부터 옛 전남도청 앞 광주 민주광장에서 ‘광주시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에는 같은 곳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시국대회가 열렸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80년 5월의 아픔을 경험하고 배웠던 우리는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만난 서정필(64)씨는 “뉴스에서 국회 인근에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장갑차가 등장한 모습을 보고, 5·18 당시 목숨을 잃은 친구가 생각나 새벽 내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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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도 윤 대통령 규탄 집회가 열렸다. 대구경북지역대학 동문·졸업생 1000명은 이날 오후 5시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강원 춘천시 거두사거리 일원, 제주 제주시청 민원실 앞, 경남 창원시 창원광장에서도 촛불 집회가 열렸다. 부산에선 부산진구 서면에서 내주 초까지 매일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부산시민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앞서 전날 밤 여의도 국회에 집결했던 시민들은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에 맞서 맨몸으로 국회를 지켰다. 한 시민은 정문에서 “군인은 국민과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왜 국회로 들어가려 하는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본관 앞에 모인 시민들은 1980년처럼 “계엄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다. 가끔 통곡과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4일 오전 1시쯤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시민들은 일제히 “만세”를 외쳤고, 일부는 철수하는 군 장갑차를 가로막으며 항의하기도 했다. 박모(59)씨는 “밤사이 ‘서울의 봄’ 영화에서 보던 일이 벌어졌다. 이게 대한민국이 맞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날이 밝은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 앞에서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던 강모(29)씨는 “출근을 해야 하지만, 장갑차 등이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성진영(23)씨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켰다. 아직 민주주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갔다.
신혜연·김서원·이수민·이찬규 기자, 광주·대구=최경호·황희규·백경서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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