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블루스’
가수 이문세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정규 17집 발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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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표된 가수 이문세의 신곡 ‘마이 블루스’는 제목처럼 블루스 장르의 곡이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끈적한 기타 솔로나 오르간 연주가 진한 풍미로 곡의 중심을 차지한다. 블루스는 대중음악의 근간이라 어느 곳에나 스며 있으나 본연의 맛을 깊게 추구하면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기본과 고전미가 돋보이는 장르라 그것과 거리 두려고 파생된 지금의 음악들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발표되긴 했지만 같은 앨범에 포함될 예정인 ‘Warm Is Better Than Hot’도 오래된 장르인 재즈다. 프랭크 시나트라나 토니 베넷 같은 가수들이 극장에서 빅 밴드를 대동하고 노래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젊은 세대와의 교감을 강조했던 직전 앨범 ‘Between Us’와 다른 방향이다. 그때 이문세는 헤이즈, 잔나비, 개코 같은 한참 어린 후배들과 컬래버해 신·구세대 조화를 보여줬다. 랩이 나오거나 알앤비를 들려주는 등 전성기 이문세와 사뭇 다른 음악을 들려줬다. 그 이전 앨범인 ‘New Direction’에서도 나얼, 규현 같은 후배 발라드 장인들과 호흡을 맞췄다.
변화는 가사에서 더욱 확연하다. 젊은 세대와의 교감보다는 어른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타깃 청중을 중·장년층 이상에 맞추고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해 노래했다. ‘마이 블루스’는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린 아저씨가 돌아보니 박수 한 번은 받아봤다며 그걸로 족하다 말하는 노래다. ‘Warm Is Better Than Hot’은 애가 타는 사랑 말고 익숙하고 편안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요즘 세대의 발라드 장인 헨과 작업하는 등 모던함을 탑재하려는 의도가 없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2013년 조용필의 ‘Bounce’ 이후 지배적이었던 ‘젊어지기’ 트렌드에 역행한다. ‘Bounce’ 이후로 거장들은 주로 파격 컬래버 쪽으로 방향을 잡아왔다.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걸까.
그동안 많은 선배들이 조용필과 비슷한 복귀작으로 신세대와 소통을 시도했으나 음악적 성과와는 별개로 음원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흐름을 만들어낸 주인공 조용필마저 최근 발표한 20집에서 방향은 같았으되 예전만 한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이문세의 신곡 역시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진 않고 있기 때문에 대세가 전환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의도적으로 성인 가요로 키를 돌린 컴백이 최근에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MZ 세대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없는 관록이나 깊이를 보여주는 음악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년에 나온다는 이문세의 새 앨범이 어떤 음악들로 채워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유튜브 영상 | 마이 블루스(My Blues) - 이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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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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