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계엄’ 관련 판결
야만의 흔적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면서 파손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다(위 사진). 국회 본청 후문 부근 사무실 부서진 문 뒤로 군인들을 막기 위한 가구들이 쌓여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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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동 가능 상황 “전쟁 또는 준하는 사변”으로 제한 해석
박정희 정권 ‘부마민주항쟁 포고령’ 등에 “국민 탄압용”
법조계 “윤 대통령 계엄령도 병력 동원 요건과 안 맞아”
법원은 역대 정권이 포고한 계엄령에 대해 잇따라 무효 판결을 내려왔다. 대법원은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령 포고 자체는 위헌이고 위법”이라는 내용의 판례를 유지해왔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례에 비춰볼 때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행위도 위법·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박정희 정권의 비상계엄 포고령에 대해 “계엄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한 조치였다”고 판결했다. 박정희 정권은 1972년 10월17일 유신체제를 선포하면서 전국에 비상계엄을 내렸는데, 대법원은 이 계엄 포고 자체가 위법해 무효라고 봤다. 이에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무죄로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당시 이런 판단을 내린 주심 대법관이 조희대 대법원장이었다.
박정희 정권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계엄포고 1호로, ‘모든 정치활동 목적의 실내외 집회·시위를 일절 금지하고’ ‘정치활동 목적이 아닌 실내외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라는 문구의 의미를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사변으로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의 유지에 위해가 될 만큼 극도로 사회질서 혼란이 현실적으로 발생해 경찰력으로 수습이 불가능한 때”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상계엄 선포 때의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에 대해 “계엄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이 계엄 포고는 헌법에서 규정한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2018년 11월 대법원은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난 1979년 10월18일, 박정희 정권이 부산·마산에 내렸던 계엄령에 대해서도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가 존립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긴급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국가긴급권은 필수불가결한 최소한도로 행사돼야 하고,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 발동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시 계엄령은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인 부마민주항쟁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고,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비상상태에 준하는 사태이기 때문에 ‘병력으로서’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계엄인데,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계엄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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