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챗GPT 이미지 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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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아직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미중(美中) 간 ‘2차 무역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임기가 한달여 남은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나서자, 중국도 곧장 갈륨·게르마늄 등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내년부터 새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국 사이에 낀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우려된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는 (갈륨 등 수출 통제를 통해) 미 정부, 특히 새롭게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에게 새로운 대응 수단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며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또 다른 미중 무역 전쟁(US-China trade war)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수출 통제 대상뿐만 아니라 텅스텐·몰리브덴·티타늄·주석·인듐 등 다른 소재들도 통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고, 당선 이후엔 기존 관세에 더해 10%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고율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최대 40% 감소하고,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약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미국 역시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로 경제적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촉발된 양국 간 첫 무역전쟁에 이은 두 번째 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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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흐름에서 한국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2년 발간한 ‘미중 무역분쟁의 현황 및 향후 영향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UNDP)은 2018년 미중 간 갈등으로 세계 교역시장에서 글로벌가치사슬(GVC) 성장이 3~5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GVC란 중간재와 서비스가 여러 국가와 지역을 거쳐 최종재화로 완성하는 분업체계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가공해 최종재로 판매하는 상호보완적 교역 구조에 놓여있다. 최근 중국의 기술 자립에 따라 양국이 경쟁 구조로 변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의존도는 무시 못할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6322억 달러) 중 68.9%에 해당하는 4356억 달러가 중간재였고, 중간재의 23.9%(1043억 달러)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2위인 미국(580억 달러)의 2배 수준이다. 예정처는 “한국은 GVC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교역 구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 갈등이 2018년 때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중국 전문가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중국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낸 적이 없다”며 “미국이 관세를 때리면 중국도 같이 보복 조치를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도 “2018년의 중국과 오늘날 중국은 반도체 굴기, 첨단 산업 발전 수준이 완전히 다른 나라”라며 “트럼프 입장에선 1기 때보다 훨씬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 미칠 여파도 훨씬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이미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가 들어간 만큼 중간재 중심의 수출 감소는 당연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범용 반도체 제재까지 손을 대면 한국에 치명적인 상황”며 “중국은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다른 곳으로 기존 물량을 덤핑 수출할 수 있는데, 그러면 제3시장에서의 한국 수출 비중을 중국에 뺏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줄타기 외교, 수입시장 다변화 등 전략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자원도 없고, 기술도 상대적으로 밀리니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권 색깔에 따라 미국과 중국에 의지하는 비중이 매번 바뀌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 공급망 내재화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이우림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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