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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 와중에 볼모잡힌 '시민의 발'···계엄사태에도 '파업열차'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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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후폭풍···민주노총 무기한 총파업

5일 철도, 6일 지하철·급식 등

정치파업 돌입···국민 불안 가중

근로조건 향상·尹 퇴진 내걸어

온건노선 걷던 한노총도 강경 선회

노사정 대화 13개월만에 올스톱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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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때문에 간밤에 가슴이 두근거려 한숨도 못 잤는데 철도까지 파업한다니 걱정이 큽니다. 뉴스를 보니 증시·환율 등 경제 상황이 더 엉망이 된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만난 박 모(60) 씨의 답답함이다. 박 씨처럼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기도 전에 시민들은 노동계의 ‘무기한 정치적 파업’까지 마주했다. 이번 파업은 정권 퇴진을 내걸면서 정국 혼란에 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는 유일한 노동계와 정부 대화 창구까지 막혔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노정 갈등을 풀어낼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정권 퇴진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해 총파업에 나서지 않겠다던 민주노총의 전격적인 총파업 선언이다. 이 방침은 기존 산하노조의 예정된 개별 파업에 힘을 실어준 형국이다. 5일부터 전국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6일부터는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가 파업에 나선다. 당초 제1~3노조 모두 참여하려던 파업은 이날 제2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영향력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1노조 조합원은 약 9500여 명으로 파업을 철회한 제2노조(2600여 명)보다 세 배가량 많다. 파업으로 인한 지하철 운행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5일 막판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6일부터 급식·돌봄 종사자가 주축이 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파업도 예정됐다. 학교 일선에서 급식과 돌봄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 파업 모두 근로조건 향상을 내건 동시에 정권 퇴진을 목표로 내걸면서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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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노동계가 시민의 발과 아이들의 식사를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결정한 총파업에 얼마나 많은 산하 노조가 참여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매년 연말이 되면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이 대부분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파업에 나설 수 있는 민간 사업장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으려면 노동위원회 조정 결렬, 쟁의행위 찬반 등 절차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 초반부터 퇴진을 외치던 민주노총이 계엄 선포 이후 투쟁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민주노총은 각계 시민정치단체와 규합하는 형태의 대규모 집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거리를 두던 민주노총이 정권 퇴진을 목표로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려는 파업보다 노사·노정 대화를 중시해 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결국 강경 노선으로 확 바뀐 상황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동계는 두 노총이 지형을 양분한다. 민주노총이 강성 노선을, 한국노총이 온건 노선을 걸으면서 비판과 정책의 균형을 맞춰왔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한국노총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는 퇴진 집회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며 “윤석열 정부를 사회적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한 한국노총이 1년 1개월 만에 다시 사회적 대화를 중단한다는 의미다. 한국노총이 현 정부를 향해 정권 퇴진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책이나 국정 방향에 대해 집중하던 투쟁 수위를 한껏 올린 셈이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를 중단한다면 주요 노동사회 정책은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 상당수 노동정책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기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경사노위에서 논의되던 정년 연장을 비롯한 계속고용 방안 마련도 무기한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노동 개혁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노동 개혁에 대해 반대 기류가 셌던 노동계 입장에서 개혁을 거부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노동계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정권 퇴진 요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교통 체증, 학교 급식 차질 등 시민 생활 속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서울에 직장을 둔 김 모 씨는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으로서 지하철은 필수적이다. 현실적인 대책이 빨리 필요하다”며 “(파업으로 역마다 승객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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