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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K-산업, 계엄령 쇼크에 직견탄…실적 악화에 정치리스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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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환율 영향 많이 받아

글로벌 투자자 신뢰도 하락 우려

"정치 리스크, 국내 전반적 경제기반 흔들수도"

기업들 비상회의 소집 "대응책 논의"

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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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계엄령 사태로 국내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사업 구조상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고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으로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 LG 등은 최근 실적 악화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리스트에 이어 계엄령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대내외 정치 리스크로 인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4일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계엄령이 해제됐음에도 비상 경영진 회의를 긴급 소집해 현황을 점검하는 등 그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환율 급변동에 민감하게 반영되는 데다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 차질등으로 인한 대책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부분의 주요 기업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만큼 대책 회의에 돌입한 것 외에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적인 근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외환시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원/달러 환율은 40원 가까이 급등하며 14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자 원/달러 환율이 상승폭을 줄였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한 때 급등했던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빠르게 회수했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가 단순히 시장 충격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기초 체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비상회의 소집 "대응책 논의"

반도체 산업의 경우 중간 부품류 수출이 많은 업계인 만큼 계엄령 사태에 따른 정치사회 전반의 불안정성이 장기화 할 경우 국제적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원자재인 웨이퍼와 등 핵심 소재를 수입해야 하는데, 환율이 상승하면 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참여한 가운데 그룹 차원의 사장단 회의 진행 했으나 SK하이닉스에 국한한 회의는 따로 소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오전 박일준 상근부회장 주재로 임원 대책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정상적 경영활동 지원책 등을 논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내부적으로 경제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 등 주요 공장들은 모두 정상 가동 중"이라며 "비상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안정장치 등 대책을 마련한 만큼 대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OLED 패널 제작에 필요한 특수 화학물질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LG도 이날 오전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개별적으로 회의를 진행해 환율 및 금융 시장 동향을 살피며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LG는 국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근무하다 보니 상황이 악화될 것을 고려해 문자를 통해 재택 등 유연 근무를 권고했다. LG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상황 악화를 대비해 재택근무 등을 권유했다"라며 "재택근무에 참여하지 않은 많은 인원들은 기존대로 회사에 출근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리튬, 니켈 등 필수 광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치상황보다는 해외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조 단위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원화가치가 하락된다면 투자 비용 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 철강 업계는 대응 전략을 수립하면서도 정상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HD현대는 오늘 오전 7시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긴급 소집된 사장단 회의에서는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각사별 대응전략을 수립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HD현대 권오갑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조선 등 생산현장에서는 원칙과 규정 준수에 더욱 유념하여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줄 것"도 함께 당부했다.

◆"조선 항공 석유 등 정치리스크 확대 우려"

가장 환율에 예민한 업종인 정유 항공 업종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항공기 이착륙도 정상적으로 진행하며 업무는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계엄령 사태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가 발생한다면 환율의 급등락은 물론 해외 시장의 신뢰도가 다시 한번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로 산업·에너지 분야의 주요 과제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장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은 내년도 예산을 둘러싼 국회 여·야 공방 속 사업 추진에 필요한 약 500억원의 국비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약 3조를 넘어서는 외화부채가 있는 상황에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270억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다. 정유업계 또한 원유 구입 비용이 증가하며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 반도체 업계 물론 국내 산업 전반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는 오늘 예정된 인공지능(AI) 트랜스포메이션 위크 행사 취소하고 추후 열겠다고 알리는 등 국내 상황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모든 대외일정을 취소하고 국내 산업 영향 점검에 나섰다.비상계엄 중이던 자정께 산업부 1급 이상 간부를 소집해 긴급 실물경제점검회의를 열고 내일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산업, 무역, 에너지 등 부문별 경제·산업 영향을 점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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