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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서울의 봄' 제작자가 본 비상계엄 "의도 안했지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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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제작자 김원국 대표

안중근 영화 '하얼빈' 등 시대극 명가

"시대 흐름 바꾼 사건·인물 관심 많죠"

중앙일보

1312만 흥행에 더해 국내 영화상을 휩쓴 ‘서울의 봄’은 내년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됐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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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갑작스런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자, 온라인 상에서 영화 '서울의 봄'이 다시 소환됐다.

2023년 11월 개봉해 1312만 관객을 모은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을 실시간 중계하듯 긴박하게 그린 영화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중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무력 진입하는 생중계 장면이 전두광(황정민)이 이끄는 반란군이 서울의 주요 거점을 점령하는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2024년판 ‘서울의 봄’”이란 말까지 나왔다. ‘서울의 봄’은 내년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한국 대표작으로도 출품됐다.

‘서울의 봄’ 제작자 김원국(52)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는 “이런 미래를 의도하고 ‘서울의 봄’을 만들진 않았지만, 이번 일이 앞으로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독립운동부터 군부독재까지 '시대극 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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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퓌블리시스 시네마(Publicis Cin?mas)에서 열린 ‘제19회 파리한국영화제(FFCP)’ 개막식에 참석한 ‘핸섬가이즈’의 감독 남동협(오른쪽 두번째)과 주연배우 이희준(맨 왼쪽), 김원국 하이브 미디어코프 대표(왼쪽 두번째)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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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지금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작자로 꼽힌다. '서울의 봄' 천만 흥행에 이어 올해 오컬트 코미디 '핸섬가이즈', 부조리한 교육현실을 들춘 '보통의 가족' 등 화제작을 내놓은 데 이어, 25일에는 안중근(현빈)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그린 대작 '하얼빈'을 개봉한다. 팬데믹 시기,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로 435만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광고, 외화 수입·배급을 하던 그는 10년 전 하이브미디어코프를 설립하고, ‘내부자들’(2015), ‘덕혜옹주’(2016), ‘천문’(2019), ‘남산의 부장들’(2020) 등 주로 시대극을 만들어왔다.

지난달 말 서울 종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어릴 때부터 역사 책을 많이 읽었다.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사건이나 인물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사극 외에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는 "영화 마켓에서 장르 불문하고 많은 영화를 본 게 공부가 됐다"면서 잡식성 취향과 오랜 기획 및 시나리오 개발 작업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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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서울의 봄' 팀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원국 대표(오른쪽 두번째)는 "작품상은 받을 때마다 저의 노력보다 대리수상을 한다는 느낌이 있다"면서 "같이 나온 배우분들, 촬영감독과 조명감독, 함께 했던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 이 영화를 멋지게 완성시킨 김성수 감독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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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건, 역사적 사건이건 영화적으로 풀 수 있고, 대중이 재미있어할 내용인지 중점적으로 봐요. ‘곤지암’(2018)은 웰메이드 공포영화에 도전한 작품이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아저씨’ 이후 재미있는 액션 영화를 만들어보려는 의도였죠. 중학생 때 아버지와 친한 분이 하나회 멤버여서 12·12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결과물이 '서울의 봄' 입니다.”

내년 공개 예정작만 7편 이상, 기획 단계 작품까지 합치면 40~50편에 달한다는 그에게 뉴노멀 시대, 극장가 생존 비법을 물었다.

Q : 기획이 명확한 콘텐트가 제작 철칙이라고.

“검토 과정이 오래 걸린다. 대략 6개월이다. 안 다뤄온 소재인데 많은 사람이 들어본 적 있는, 관심 끌 만한 기획을 찾는다.”

Q : 동시에 40~50편을 어떻게 진행하나.

“오래 손발을 맞춰온 기획팀이라, 중요 단계로 올라올 때까지 맡긴다. 대본이 없는 경우엔 대본 작업을 오래 한다. 영화는 건축과 비슷하다. 설계가 탄탄해야 오래 간다. ‘서울의 봄’ 대본은 10년 가까이 작업했다.”



'서울의 봄' 정치 소재보다 어려웠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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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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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서울의 봄’의 경우 정치적 소재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그랬다면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도 못했을 거다. ‘서울의 봄’은 인상 깊은 현대사의 중요한 시점이었다. 최대한 사실에 기반해 영화적으로 구성하고 싶었다. 하룻밤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 ‘작전명 발키리’(히틀러 암살 미수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Q : 흥행이 안 될 거라며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반응은 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공분을 말했고, 인물이 많아 정신없다는 사람도 있었고, 캐릭터가 압도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모두가 좋아해서 들어간 작품은 한 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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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이브미디어코프 개봉작 중엔 영화 '보통의 가족'도 있다. 김원국 대표와 ‘덕혜옹주’ ‘천문’ ‘보통의 가족’을 함께하며 멜로 대가에서 시대극‧스릴러로 자장을 넓힌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2018) ‘하얼빈’에 더해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5편을 함께한 우민호 감독도 ‘하이브미디어코프 사단’으로 묶일 만하다. ‘다만 악...’의 홍원찬 감독, ‘핸섬가이즈’ 속편까지 준비 중인 남동협 감독도 김 대표가 각각 시나리오 작가, 조연출 시절부터 지켜봐온 사이다. 김 대표는 “열정적이고 말이 잘 통해서 고민에 부딪혔을 때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는 감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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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하얼빈’은 같은 소재의 ‘영웅’이 나온 지 2년 만에 선보이게 됐다.

“안중근 의사와 독립투사들이 하얼빈에 이르기까지 고난의 여정이 궁금했다. 2022년 상반기에 CJ ENM과 메인투자 계약을 한 뒤 자료 조사와 고증을 통해 그 시대의 공기와 상황을 되살리려 노력했다.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 ‘시네마’를 목표로 만들었다.”



Q : 무엇이 성패를 판가름한다고 보나.

“유튜브‧숏폼 영향으로 관객들이 못 만든 영화보다 지루한 영화를 더 안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의 봄’ ‘남산의 부장들’도 쉬지 않고 몰아쳐서 좋아해주신 것 같다. 촬영‧편집 단계부터 속도를 고민한다. 작품 고유의 호흡이 중요하단 점에선 딜레마다.”



"영화만 좋으면 장기 상영 현상황 오히려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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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 우민호 감독, 주연 배우 및 제작진이 지난 9월 8일(일, 현지시각) 제 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에 첫 공개 됐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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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패널로 참석한 ‘2025 K컬처 트렌드 포럼’에서 그는 “매주 한국영화 개봉 편수가 많던 예년과 달리, 영화만 좋으면 한 달에서 두 달까지 상영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 오히려 좋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대만 로맨스 리메이크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로드 무비 ‘행복의 나라로’(가제), 마약 범죄극 ‘야당’, 태국 무대 액션 ‘열대야’, 조폭 코미디 ‘보스’를 비롯해 드라마에도 도전한다. 1970년대 권력과 야망을 그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메이드 인 코리아’(우민호 감독), ‘착한 사나이’(송해성 감독) 등이다.

1980년대 군부 정권의 언론 공작을 그린 ‘K-공작 프로젝트’, 하나회 척결 프로젝트를 다룬 ‘YS 프로젝트’, 대통령 저격 미수사건의 배후에 관한 ‘암살자들’ 등 현대사 프로젝트도 풍성하다. 역대 '청불' 영화 최고 흥행(915만명)을 거둔 ‘내부자들’은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그는 ‘꾸준한 영화 제작 활동 및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영화산업 발전과 K-컬처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하이브(Hive)가 벌집이란 뜻인데,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좋은 작품을 제작해 ‘하이브 작품’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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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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