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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한밤 계엄령에 한국만 코인 급락… ‘역김치프리미엄’ 왜 발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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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오후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접속이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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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내 가상자산시장도 큰 혼란을 겪었다. 그동안 1억3000만원 선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계엄 선포 이후 1시간도 되지 않아 국내 거래소에서만 8000만원대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금융 당국도 밤을 지새우며 가상자산시장 모니터링에 집중했으며 앞으로 벌어질 민원 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 오전 11시 기준 가상 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억3570만원 선에, 이더리움과 리플은 각각 517만원, 359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국내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각각 1억3465만원, 514만원, 3567원으로 전날 비상계엄으로 발생했던 30% 이상의 가격 차이는 대부분 해소됐다. 전날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쯤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이 8800만원대까지 밀렸으며, 일주일간 90% 이상 뛰어오르던 리플은 1700원으로 추락했다.

같은 시각 코인베이스나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여전히 1억3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해외거래소와 국내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의 가격 차이로 인해 국내 거래소의 가격이 더 비싼 현상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전날의 경우 국내 거래소의 가상화폐 가격이 훨씬 낮은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역(逆)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한 것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별 수요와 공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의 경우 한국거래소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증권사에서 종목의 가격이 동일하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앙기관이 아닌 개별 법인에 의해 운영되고 거래소마다 거래량이 다르다.

특히 한국 시장은 거래소 개수나 유동성 대비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투자 수요가 거래소 공급을 초과하게 되면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전날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38조원, 빗썸은 약 9조원을 기록했는데 두 거래소 모두 1년 중 가장 많은 거래대금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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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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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급격한 매매수요가 몰렸을 때 거래소 공급량이 수요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게 되면서 가격이 급등락하고 해외 거래소와의 가격 차이를 만들게 된다. 또한 한국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가 다른 국가 대비 상당히 엄격한 편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외환 거래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간 자금 이동에 대한 제한이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가 어렵다.

폭증한 거래량에 일부 거래소는 시스템 먹통까지 겹쳐 이용자 불편을 안겼다. 전날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업비트와 빗썸 등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웹 및 애플리케이션(앱) 접속이 1~2시간가량 지연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금융 당국은 업비트와 빗썸에 조속한 서버 복구를 요구했으며 기타 거래소의 서버 관리 현황도 점검했다.

역김치프리미엄 폭락과 접속 지연이 겹치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주된 불만 사항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 환경의 불공정함과 거래소의 서버 관리 미흡으로 투자 적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저점에서 사고 싶었는데 거래소 입금이 안 됐다”, “외국인들은 거래하는데 한국인들만 거래가 막혔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도 이러한 이용자 여론을 인지하고 분쟁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전날과 이날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소 접속 환경 관리를 요구하고 앞으로 발생할 이용자 민원에 대해 원만한 해결을 주문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 관련해 금융 당국에 직접적인 분쟁 조정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거래소가 이용자들과 분쟁을 원만하게 조율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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