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노쇼’로 가장 큰 피해 입어
“피해 방지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해
소비자 의식 개선, 문화 정착 요구돼”
#2. 한 개인 병원의 피부과에서 한 환자가 오후 3시로 예약을 했다. 병원은 이 시간대를 비워두고 준비했으며, 의사는 해당 환자에게 맞춘 진료 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러나 환자는 아무 연락 없이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은 준비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고,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3. 국내 한 항공사에서 해외여행을 예약한 승객이 출발 당일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항공사는 예약된 좌석을 비워둔 채 비행기를 출발시켰고, 그가 탑승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항공사는 해당 좌석을 다른 대기 승객에게 제공할 기회를 놓쳤고, 이는 회사의 손실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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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예약 후 취소하거나 연락 두절로 인해 발생하는 ‘노쇼(No-Show)’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음식점, 미용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이러한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
노쇼로 인한 피해는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외식업계의 피해가 가장 크다. 식재료를 준비한 뒤 손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대부분을 폐기해야 하며, 특히 예약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다른 고객을 받지 못해 하루 장사를 공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미용실·병원·고속버스·소규모 공연장 등 5대 서비스 업종에서 노쇼로 인한 연간 매출 손실은 4조5000억 원, 고용 손실은 10만8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점의 예약부도율은 20%에 달했다. 병원(18%), 미용실(1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노쇼로 식재료가 폐기되고, 예식장과 같은 대규모 예약 업소의 경우 피해가 더 심각하다”며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악의적으로 노쇼를 이용하는 사례도 있어 이를 방지할 구체적인 제도가 요구된다.
정부는 2018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해 외식업장에서 예약 시간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을 경우 총 이용금액의 10% 이내의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시간이 지나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할 방침이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위약금 기준과 부과 유형을 세분화할 계획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한다고 밝힌 A씨는 최근 군 관계자를 사칭한 인물이 주문하고 노쇼한 돼지불백 50인분의 사진을 찍어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게재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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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명 식당들은 예약금을 도입하거나 식대를 선결제하도록 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은 예약 시 예약금을 선결제하도록 운영하며, 이를 통해 노쇼 비율을 10% 이상에서 1% 미만으로 감소시켰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예약금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카페 주인은 전화 예약 후 선결제를 요청했으나 고객의 반발로 실행하지 못하고, 결국 노쇼로 손해를 본 사례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소비자와 시민 의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쇼 문제는 자영업자에게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과 소비자 의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며, 예약금 문화 정착과 더불어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법적 제도가 요구된다.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공정한 환경이 마련될 때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건전한 예약 문화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노쇼 해결 방안
- 예약 보증금 제도 도입 :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받아 노쇼 발생 시 손해 최소화
- 리마인더 서비스 : 예약 전날이나 당일 예약 확인 문자를 보내 고객이 잊지 않도록 돕기
- 페널티 제도 : 노쇼 발생시 일정 기간 예약 제한 또는 벌금 부과
- 유연한 예약 시스템 : 예약 시간이 지나도 변경 가능한 시스템 구축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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