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변호사]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상상도 못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 기어코 발생한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한밤 계엄령 선포에 잠을 못 이룬 시민은 비단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다행히도 이 위헌·위법적인 계엄령은 헌법과 계엄법의 절차에 따라 국회 본회의 재석 190인 전원의 동의로 해제되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러한 행위가 어떻게 일어나게 된 것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에서 비롯했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년 7개월 임기 내내 야당과 타협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생입법이라 할 수 있는 간호법, 양곡관리법은 물론이고,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비롯한 범죄 혐의를 밝히자는 특검법에 이르기까지 법률안 거부권을 내내 행사해 왔습니다.
의료 대란을 불러 일으킨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야당은 물론 정부·여당과 사전 협의 없이 추진했습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 지도자가 여하한 핑계로 사전에 고지도 없이 여러 행사에 등장하지 않는 일이 매우 잦았습니다. 야당의 지도자를 온갖 범죄 혐의로 옭아매고, 정작 본인과 배우자의 치부는 모두 무혐의 처리 하지 않았습니까?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저로서는, 11.7 대통령 국민 담화의 내용 중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대통령 정무수석실의 기능은 자체 여론조사를 통한 민심을 분석하고 수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능이 윤석열 정부 하에선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명태균과의 연루설을 부인하기 위해서 인가요.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대통령실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우원식 국회의장의 용단과 이러한 사태를 조기 종식시켜야겠다는 190인의 국회의원들의 재빠른 판단으로 다행히도 무력 충돌 없이 이 사태가 종식되었습니다. 성숙한 민주주의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단죄한 것도 결국 국민입니다. 그러한 박근혜 대통령을 단죄하는 데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 국민에 의해 다시 법의 단죄를 받게 될 것입니다.
임기 중인 대통령을 2번이나 끌어내는 것이 국민으로서는 비극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피와 땀 없이 이루어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요. 잘못을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갈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 발 짝 더 나아갈 것입니다. 그 방법은 '평화적 탄핵'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을 두번 째 맞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것이 무능과 부패였고, 윤석열 대통령도 그렇습니다.
여·야·정의 합의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사회 양극화' 같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해나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배우자의 안위만을 위해 특검법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을 남용한 점, 결국 이러한 모든 치부를 감추기 위해 국민들의 여러 개혁 요구를 묵살하려고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를 해산하려 하고, 언론·출판의 자유를 말살하려 하고, 헌법에서 정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행위가 바로 탄핵 사유라고 봅니다.
더 나아가, 국회를 해산하려는 이 시도가 '국헌을 문란'하게 만든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곧 12·12, 5·18 군사 쿠데타에서 본 바로 내란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국회는 지체없이 탄핵 절차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포고령에서 내란을 획책하려 한 혐의는 매우 중대한 대통령의 탄핵 사유인 만큼, 계엄 해제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한시라도 대통령의 자리에서 배제하게 하는 것이 헌법 질서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대통령과 그 관련자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을 통해 내란 행위를 단죄하고, 부패 행위를 척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는 국가의 권력구조와 미래 사회를 다시 재설계해야 합니다. 새로운 나라를 다시 만드는데 여·야가 따로 없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이렇게 괴물로 만든 검찰 '특수' 권력의 독점을 해체해야 합니다. 선별적으로 지난 정권의 비리만 파헤치기 바쁜 감사원 역시 개혁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 권력의 독점을 가져온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역시 수술 대상에 올려야 합니다.
제10차 헌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권력의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보다 촘촘히 설계해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정치 제도의 설계도 시급합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의 권력이 제어될 수 있을 때, 비로서 성숙한 민주주의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힘을 믿습니다. 2024년 12월 4일, 촛불은 다시 켜질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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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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