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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있던 사람도 나갈판" 전공의 모집 하루전날 비상계엄에···의료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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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병원들, 4일부터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시작

사직 전공의들, 계엄령 직격에 술렁···의정갈등 더 꼬일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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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을 서다가 뉴스 속보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니까요. 2024년에 계엄령이 내려진 것도 믿기 어려운데 현장 복귀를 안하면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니, 도대체 이 상황이 말이 됩니까?"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 A씨는 "애시당초 (전공의 복귀)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의정갈등)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착찹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서 비롯된 의정갈등 사태를 돌파할 출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을 하루 앞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이 의료현장까지 미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10개월째 접어드는 상황에서 사령부가 내린 포고령에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등 의료인의 48시간 내 복귀'가 담긴 대해 의료계의 반감은 크다.

윤 대통령이 전날 밤 10시 30분께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사령부는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시했다. 포고령에 담긴 6가지 항목 중 국회와 언론을 제외하면 특정 직역이 언급된 것은 의사가 유일하다.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은 대부분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발표한 지난 2월 병원을 떠났다. 주요 병원들은 이들에 대한 지난 6월 사직서를 수리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7%에 그쳤다. 1만3531명 중 1171명만 출근하고 있다. 현재 사직 전공의의 절반가량은 일반의 자격으로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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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은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사직 전공의들은 '처단'될 수 있는 당사자로 지목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포고령이 발표된 직후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복귀 대상인지, 복귀해야 한다면 어디로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큰 혼란이 일었다. 수련병원 사직 후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사직 전공의 B씨는 "전공의 단체 대화방이 발칵 뒤집혔다"며 "현재 근무 중인 병원을 두고 원래 수련병원으로 가라는 거냐, 계엄법으로 처단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 의견이 분분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해제 전 페이스북을 통해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적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보궐선거 후보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제히 계엄 포고령에 대한 반발 의사를 표명했다. 의대교수 중 유일하게 의협 차기 회장직에 도전하는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포고령을 보면 의료 사태에 대한 정부 입장이 보인다"며 "반년 넘게 이해의 폭을 넓히려 노력해 봤는데 '처단' 표현을 쓰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대통령이 의료농단의 주범이고 정부 정책이 의료계에 대한 정치 탄압이란 것이 밝혀진 셈"이라며 "의료계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고 현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당장 보이진 않는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김택우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포고령을 보면서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처럼 취급하는 정부'라고 느꼈다. 정부의 인식이 굉장히 잘못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직 전공의들에게도 '정부에게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이 맞았구나'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비상계엄 포고령을 공유하며 "처단한다고????"라고 적시한 뒤 "정부의 의료농단에 좌절해 자리를 떠난 전공의들에게 처단과 같은 오만한 표현이 없길 바란다"며 해당 포고령의 작성자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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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주요 병원들은 아직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내려온 지침이나 정해진 대응 방안이 없는 만큼 일단은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공교롭게도 전국 수련병원들은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총 3500여 명의 모집을 시작한다. 9일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필기와 면접을 거쳐 19일 합격자를 발표하는 일정이다. '빅5' 병원의 경우 서울대병원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서울아산병원 110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을 각각 모집한다. 수련병원별 모집정원은 올해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정원(총 3356명)과 비슷하거나 조금 늘어난 수준이다. 인턴의 경우 4일 함께 공고를 낸 뒤 의사 국가시험 이후인 내년 1월 선발 절차에 들어간다. 예비 전공의들의 지원율은 예상하긴 어렵지만 10%도 안되는 전공의 출근율이나 낮은 국시 지원율을 고려할 때 지원 가능한 인원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가뜩이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이 더 꼬일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를 계엄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현장에) 남아있던 사람도 나갈 판"이라며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의정갈등이 해소될 기약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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