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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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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불안사회·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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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연합뉴스

불안사회
[다산초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 불안사회 =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올해 상반기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이 '불안'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방황하던 주인공이 '기쁨'이라는 감정을 통해 '불안'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2010년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사회의 성과주의를 비판했던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신작 '불안사회'를 통해 현대사회의 질병이 된 '불안'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했다. 저자가 독자에게 하고자 한 이야기는 영화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린 탓에 불안이라는 질병을 얻게 됐다고 진단한다. 불안을 체제의 질서유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현대사회에선 연대가 끊어지고 혐오가 만연하면서 사람들은 실패와 소외, 도태의 불안에 허덕이게 됐다고 지적한다.

영화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불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도 경고한다.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체제는 끊임없는 경쟁과 성과에 대한 강박으로 사람들의 연대를 끊고 개인을 고립시켜 불안을 지속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전쟁과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해 국가와 체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개인의 고립과 그에 따른 불안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불안한 사회를 정상화할 방법은 있을까. 저자는 스피노자와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등 위대한 철학자들을 인용해 '희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변한다. 불안의 공포 대신 희망의 정신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설득한다.

다산초당. 172쪽.

연합뉴스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북플레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당신의 열정이 당신을 병들게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릴린 폴은 면역결핍 질환으로 죽음을 맞닥뜨린 후 '휴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사람들에게 설파하고 다닌다. 유대인의 '안식일' 제도를 토대로 현대인에게 적합한 휴식법을 고안해 전 세계를 돌며 강연하고 있다. 그가 최근에 발간한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는 강연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지나친 열정이 우리 몸을 망가뜨린다고 지적한다. 성과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성공의 의미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경제 주체로서 생산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습관에서 벗어나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또 억지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기보다는 폭넓은 경험을 허용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항상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불안하고 조심스럽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인 휴식법도 제시한다. 매일 '재충전의 시간이 얼마나 좋을지' 2분간 상상하거나, 달력에 휴식일을 표시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라고 권한다. 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는 것도 훌륭한 휴식법 중 하나다.

북플레저. 352쪽.

연합뉴스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바르바라 블라이슈 지음. 박제헌 옮김.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50세를 가리켜 '이미 죽음이 시작된 나이'라고 말했고, 알베르 카뮈는 '최악의 적'이라고 불렀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지천명. 知天命)인 50세가 됐지만,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부조리할 뿐이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인 저자는 신간 ''에서 뿌리부터 흔들리는 50대 중년의 삶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50대의 삶을 뒤흔드는 것은 실존에 대한 의문들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새로운 꿈을 꾸기에 이미 늦은 나이인가', '이후에는 무엇을 목표로 살 것인가'라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봉착한 50대는 후회와 허무, 침체를 느끼며 위기를 맞는다고 설명한다. 또 체력은 한계에 다다르지만, 경제적으로는 안정을 얻게 되면서 삶에 대한 설렘과 경외감도 서서히 잃어가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50대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서술하지는 않았다. 인생의 초심자 시기를 벗어나 경험의 무기고를 가득 채우고 결정 지능마저 최고조에 이른 '삶의 절정기'라고 표현한다.

여전히 불확실한 삶이 계속되지만, 50년간 쌓아온 경험을 나침반 삼으면 오히려 찬란한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위로한다.

웅진지식하우스. 272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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