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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중국산 D램 난립에 DDR5 값마저 '뚝'…때이른 메모리 겨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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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만에 또 메모리 겨울론]

DDR5 B2B·B2C 가격 모두 하락

소비심리 부진에 中 공세 여파까지

기업용 SSD 빼면 낸드 값도 흔들

"초격차 지킬 선단 메모리 필요"

[이데일리 김응열 김소연 기자] 중국발(發) 반도체 공세에 때 이른 ‘메모리 겨울론’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불과 1년 만에 일부 제품은 감산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메모리 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DDR4 D램 같은 레거시(구공정)뿐 아니라 최신 DDR5 D램까지 가격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메모리 한파는 레거시(구공정) 제품에서 두드러졌고 최신 DDR5는 가격 하방 압력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중국의 범용 메모리 공세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DDR5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가격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외에는 감산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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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수익 지키던 DDR5도 가격 하락

3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5 16Gb(기가비트) 제품은 지난달 평균고정거래가격이 3.9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3.7% 하락했다.

DDR5 D램은 현물거래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9월10일에는 DDR5 16G 4800/5600 제품 기준 현물가격이 5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그러나 그 이후 지속 하락해 지난 2일에는 4.75달러로 낮아졌다. 현물가격은 대리점과 소비자간 거래가격을 말한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다만 시장의 즉각적인 매매 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고정거래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DDR4 D램은 레거시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실제 PC향 DDR4 제품의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0.59% 떨어졌다. 이는 저장장치인 낸드도 마찬가지다. 레거시 제품인 128Gb 낸드는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이 2.16달러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29.8% 추락했다. 그러나 최신 제품 DDR5 D램마저 가격이 빠지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경기 부진에 PC·모바일 DDR5 수요↓

DDR5 값 하락의 원인은 글로벌 경기부진이 꼽힌다. 메모리 시장의 3대 응용처는 서버, PC, 모바일이다. 현재 서버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서버용 DDR5는 여전히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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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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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와 모바일은 상황이 다르다. 소비심리가 부진하면 PC와 모바일용 메모리도 타격을 받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조사 결과 올해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299만7000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PC나 모바일 메모리 시장은 적자였던 지난해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라며 “서버 쪽은 괜찮지만 PC와 모바일은 상황이 여전히 나쁘다”고 했다.

中 공세 여파에 DDR5 물량 증가 압박

이런 와중에 지난해에 이어 불과 1년 만에 메모리 겨울론이 나오는 것은 중국산 메모리의 난립과 직결돼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이 DDR4 D램 물량을 적극 공급하는 점은 DDR5 시장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의 수익 하락을 보전하기 위해 DDR5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설명회 때 레거시 제품을 축소하고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DR5 물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뜻한다. 수요가 부진한 와중에 공급이 늘면 DDR5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수익 보전을 위한 노력이 실적 악재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창신메모리의 DDR4 생산 확대로 글로벌 3대 메모리 기업들이 공정 전환을 가속하며 DDR5 공급 증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황 사이클이 예년보다 확 줄어든 것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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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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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초격차 지킬 메모리 필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든든하게 받쳐주는 SK하이닉스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HBM 수요는 지속하고 있고 SK하이닉스의 시장 우위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엔비디아향 5세대 HBM3E 제품의 품질 검증 통과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데다 이미 대다수 물량은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있어서다.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물량을 대거 납품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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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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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보다 더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낸드 시장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일부 기업들은 감산에 돌입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AI 시대 필수품인 기업용 SSD 정도를 제외하면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버용 첨단 메모리 제품 개발에 집중하되 곧 개화할 온디바이스 AI 기기 시대에 대비해 이에 특화한 저전력·고용량 메모리로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본격화하면 PC와 모바일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쉽게 따라오지 못할 선단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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