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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데스크 시각] 청춘에게 진정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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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을 일 많은 팍팍한 세상사
일자리 없는 청년층 날로 늘어나
'쉬었음' 인력 방치해선 미래없어


이투데이

"대책 없는 희망이,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야?"

"전 그 대책 없는 희망, 무책임한 위로 한 마디 못 건네는 세상이란 게 더 무섭네요. 대책 없는 그 말 한마디라도 절실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드라마 '미생' 중에서)

한때 푹 빠졌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2014년 방송된 '미생'이다.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내 모습 같고 대사 하나하나가 공감됐던 방황과 불안의 청춘 시절이 있었다.

다시 방황기가 찾아온 탓일까. 최근 유튜브 검색창에 필자가 제일 많이 검색하는 단어가 바로 '위로'다.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 위로가 되는 명대사, 위로가 되는 이야기들. 생각보다 많은 영상이 검색된다. 조회 수도 수만~수백만 뷰에 달한다. 그만큼 위로를 받기 위한 사람들이 많은 것만 같다.

이런 영상을 보면서 문득 댓글들을 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영상을 찾는 것일까' 단번에 알 수 있다. 친구를 만나도 이젠 힘든 이야기를 꺼내기가 미안하다는 사람, 기댈 곳 하나 없이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고 토로하는 사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내 삶에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람, 집안이 망하고 가장으로 내가 우리 집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살았더니 어느새 40대가 돼 있었다는 사람.

그런데 생각보다 2030세대로 보이는 댓글이 많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청년, 취업이 고민이라는 청년, 이직하고 싶다는 청년, 인생에 있어서 미래가 칠흑 같은 어둠과 같다는 청년.

최근 한국의 청년층(25~34세)에서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를 봤다. 작년 3분기 33만6000명이었던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올해 3분기 42만2000명으로 25.4% 증가했다는 것이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특별한 이유 없이 교육 훈련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은 채 일자리 시장에서 빠져 있는 이들을 말한다. 기업은 신입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고, 청년들은 자포자기식으로 구직 활동을 내려놓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청년층의 경제적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마냥 부모에게 손만 벌리고 있을 수도 없고, 대출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지난해부터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소액생계비대출을 시작했다.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소득 3500만 원 이하면 최대 100만 원까지 대출해 준다.

서금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26.9%다. 평균 소액생계비대출금액이 54만 원인데 첫 달 금리 15.9%를 적용하면 월 이자는 7155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갚지 못하는 채무자가 10명 중 2~3명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소액생계비대출의 연령대별 연체율은 20대가 32.9%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29.9%로 뒤를 이었다. 그만큼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처럼 '앞이 깜깜하다'는 청년들의 넋두리 앞에서 어쩌면 '위로'라는 단어를 찾는 이들 중 청년이 많은 것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런 청년들의 댓글에 "힘내세요. 그래도 지금 시간을 버티다 보면 언젠가 웃는 날이 올 겁니다"라는 대댓글을 적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

어떤 이들은 이야기한다. 마냥 청년들에게 위로만 던지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오히려 가혹하고도 냉철한 현실을 알려주고 이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인생 선배'의 경험과 조언을 건네야 한다고.

어쩌면 그게 맞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힘들고 고통스럽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그런 조언이 뼈가 되고 살이 될지는 의문이다. 당신도 그런 순간을 겪었다면 오히려 그런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당장의 '위로'가 아닐까.

[이투데이/이재영 기자 (ljy040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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