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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사설] 기업 옥죄는 반도체 수출 통제, 정부는 느긋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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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상무부가 지난 2일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품목으로 HBM을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일러스트=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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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국내 기업이 제대로 타격을 입게 됐다. 대중 수출 제재 품목에 인공지능(AI)용 첨단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대중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 관련 제재 대상과 품목을 확대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중국 기업 140여 개가 수출 제한 대상에 추가됐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중신궈지(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에 반도체 장비와 HBM을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규제에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을 사용하면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의 원천기술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내 기업이 이 규정을 피해 가기는 어렵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는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낙관적 인식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기업은 속이 타들어 가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로 HBM 생산 국내 기업에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수출 방식 전환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나친 흥분도 자제해야 하지만, 정부의 느긋한 태도는 의아할 지경이다.

미국이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일본과 네덜란드에는 예외를 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더 아쉬운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과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출 일부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수출 통제 규정을 따르기로 미국 정부와 몇 달 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대중 반도체 수출 규모가 줄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의 기준에 따라 수출 통제 제도를 정비해 면제국 지위를 얻는 등 외교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국을 겨누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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