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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계엄 선포 후 본회의까지…군 진입 총력 방어한 野 "尹 이성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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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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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4일 심야 긴급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야는 일순간 패닉에 빠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지금 당장 군대를 풀어 우리를 체포할지 모른다”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속속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밤 10시 50분쯤 박찬대 원내대표 명의의 긴급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속 의원과 보좌진·당직자에게 “지금 즉시 국회 본청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국민의힘도 추경호 원내대표가 계엄 선포 즉시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계엄이 선포된 지 40여분 만에 국회의사당 정문에는 국회 경비단과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쳤다. 입장하려는 시민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국회 출입증이 있는 사람만 경내로 입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파를 뚫고 들어서며 “대통령이 정말로 미친 것 같다”, “검사 탄핵했다고 계엄을 선포하다니 제정신인가”, “대통령이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등의 탄식을 내뱉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하나 둘 국회에 모여들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언제, 어디서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 재적의원의(300명)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을 해제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헌법 제77조 6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모인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금 몇명이나 왔나” “150명이 곧 될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우원식 의장은 이날 오후 11시 55분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슷한 시각 국회 상공에 군 헬기가 여러 대 나타났다. 특전사로 보이는 군인들이 속속 헬기에서 내려 국회 본청을 향해 왔다.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도 군 탱크가 출발했다. 군인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진입을 시도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이 앞장서 “경험 있는 애들이 앞장서서 진을 짜자”며 스크럼을 짰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이 본청 앞에서 현장 군 지휘관과 잠시 대화를 나눴지만, 이미 한켠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후 본청 문을 사수하려는 민주당 보좌진들과 내부로 진입하려는 군인들 간 무력 대치가 수십분간 이어졌다. 본청 내부에서는 누군가 회의실 문짝과 책상 등을 들고 와 군인들의 진입을 총력 방어했다. 몸으로 군대를 막아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707 특전부대가 왔다” “절대 밀리면 안 된다” “몸으로 막자”는 외침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이 보좌진을 바닥에 쓰러뜨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그러는 사이 긴급 회의를 이어가던 여야 의원들은 각자의 본회의장 자리로 이동했다. 계엄 해제를 의결하기 위한 준비였다. 계엄 선포 2시간여만인 4일 오전 0시 20분쯤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장 자리에 착석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결정족수 150명이 넘었다”는 말이 나왔다. 원외 인사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국회 직원들이 재석의원 수를 헤아리는 동안, 본회의장 밖에서는 보좌진과 군인, 취재진이 질서없이 뒤엉켰다. 곳곳에서 “이제 정권은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들렸다.

성지원·강보현·김정재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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