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혁은 “초연인 만큼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기쁨이 크다”고 했다. [사진 올댓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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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일제 패망을 앞당기기 위해 미국 첩보국 OSS(중앙정보국 CIA의 전신)가 극비리에 추진한 ‘냅코 프로젝트’에 한국인 19명이 투입됐다. 자신의 신분과 삶을 모두 내려놓고 정보수집 및 첩보활동에 뛰어든 이들 중에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1895~1971) 박사도 있었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교육자였던 50세의 유일한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총을 들었다.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스윙데이즈’는 냅코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영화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가 첫 뮤지컬에 도전했다. 유일한 박사는 민우혁·유준상·신성록이 연기한다. 지난달 18일 충무아트센터에서 리허설을 준비 중인 민우혁(41)을 만났다. 그는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연기를 하고 있을 때 ‘스윙데이즈’ 제안을 받았다. 너무 비슷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대본을 받았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 관객들도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Q : 작품의 어떤 부분에 끌렸나.
A : “독립운동 이야기라고 하면 어둡고 무거운 느낌인데, ‘스윙데이즈’는 위트가 있다. 그 시대 경성의 감성과 낭만도 잘 살렸다.”
Q : 위인을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나.
A :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늘 부담스럽다. 어떤 영웅적인 인물이라도 인간적 고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표현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Q : 유일한 박사를 어떻게 해석했나.
A : “한 마디로 모든 걸 가졌던 사람이다. 미국에서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한국에 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사업으로 번 돈을 독립 자금으로 쓰고 스스로 첩보국에 들어가며 가족과도 헤어졌다. 대본을 볼 때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떤 그릇을 가진 사람이길래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생각하는 날도 있다. 여전히 그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Q : 민우혁이 꼽는 명장면은.
A : “2막 중반에 아내 메리와 이별하는 장면이 있다. 메리는 유일한이 왜 조선에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조선으로 떠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쿨하게 보내준다. 그때 죽지 말고 내가 있는 일상으로 돌아오라며 둘이 듀엣곡을 부른다.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Q : 잔잔한 넘버가 많아 신선했다.
A : “클라이맥스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면서 고음으로 강렬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뮤지컬의 성공 공식이 돼 버렸는데, 이 작품은 비교적 잔잔하다. 배우들끼리 ‘김동률 노래 같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그런데 잔잔하게 부르다 보니 가사가 더 또렷이 들린다.”
Q : 드라마 ‘닥터 차정숙’(2023, JTBC)으로 이름을 알린 후에도 뮤지컬을 꾸준히 했다. TV보다 무대가 더 잘 맞나.
A : “매체 연기에서도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는 순간은 무대 위에 있더라.”
작품 속 실화의 비중은 약 20%다. 유일한 박사가 미국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귀국해 냅코 프로젝트에 합류했다는 큰 틀은 실화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모두 픽션이다. 공연은 내년 2월 9일까지 계속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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