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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온 사회가 함께 손 내밀자[기고/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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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몇 년 전, 은둔형 청년을 지원하는 ‘안무서운회사’ 유승규 대표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회사 이름이 주는 호기심과 마침 니트(NEET), ‘쉬었음’ 청년이 사회 이슈로 대두되던 때이기도 해서 더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유 대표는 본인이 5년의 은둔 생활을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에서부터였다며 ‘사회가 무서워 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조금 덜 무서운 세상을 만드는 데에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소년기의 고립·은둔은 대개 대인관계, 가족관계,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 등의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고, 그 특성상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정부는 2023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토대로 13∼18세 고립 청소년의 규모를 약 14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적지 않은 규모다. 사회적·심리적 ‘고립’이 공간적·물리적 ‘은둔’으로 심화될 수 있고, 청소년기에 시작된 은둔은 그 시기에 가져야 할 교육 기회와 교우 관계의 상실 등으로 인해 성인기로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청소년기 예방과 조기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가족부는 그간 청소년 정책 주무 부처로서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위기청소년들을 지원해 왔다. 그리고 올해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하였다. 전국 1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센터)를 중심으로 고립·은둔 수준 진단부터 상담, 치유, 학습, 가족관계 회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관련 실태조사도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여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분석 중이다. 한편 4월에는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일반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청소년들의 용기 있는 한걸음을 응원하기 위해 캠페인도 진행했다. 전국의 주요 편의점업체 대표자들과 함께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가기도 하고, SNS ‘밖으로 챌린지’에도 참여했다. 온라인·오프라인에서 함께해 주신 한 분 한 분이 정말 감사하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10월 말 기준 286명의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현재 맞춤형 지원을 받고 있고 차츰 일상을 회복해 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학교를 그만둔 후 집 밖으로 나오길 거부하던 청소년이 검정고시에 합격한 사례가 생기는가 하면, 집 안에서도 텐트 안에서만 머물며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던 청소년이 상담사와 미술로 소통하며 웹툰 작가가 되는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한편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겁나서 새벽 5시에만 밖에 나와 달리기를 하는 청소년을 위해 상담사가 매일 새벽 한 시간씩 차를 달려 함께 달리기를 하며 회복을 도운 사례도 있는데, 이 사례는 내가 현장 종사자들을 격려하는 손편지를 쓰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올해 사업을 홍보하면서 내걸었던 슬로건이 ‘갇힌 마음, 같이 열어요’이다.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히 그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가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첫발을 내디딘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세심히 살필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현장과 소통하며 고립·은둔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발 더 나갈 것이다. 이들의 갇힌 마음을 같이 여는 데 온 사회가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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