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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fn사설] 美 HBM 수출 통제 날벼락, 느긋하기만 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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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큰 영향없다지만 현장 발동동
반도체 장비 부품 업체들에도 타격


파이낸셜뉴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 HBM3E가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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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인공지능(AI) 개발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중국 수출통제 방침을 2일 발표했다. 미국은 HBM 밀도가 특정 기준 이상인 제품을 수출금지 대상으로 올렸는데 사실상 생산 중인 HBM 대부분의 제품이 해당된다. 미국은 HBM 통제 외에도 반도체 장비 수출제한 등 바이든 정부의 마지막 대중규제를 쏟아냈다.

이에 정부는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으나 기업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상한 각오로 뛰어도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실정인데 정부의 태도는 늘 느긋하기만 하다. 이재명 방탄입법, 친윤·친한 갈등으로 날 새는 줄 모르는 여야 정치권의 안일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칩으로, AI 가속기 가동에 필수품이다. HBM 주도국이 우리나라다. SK하이닉스와 삼성이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중국 기업들에 저사양 HBM을 공급해온 삼성은 당장 피해를 볼 수 있다. 시장의 예상보다 중국 HBM 비중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익을 내고 있던 기존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SK하이닉스는 물량 대부분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어 비교적 피해가 덜하겠지만 장기적으론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규제로 세계 전체 HBM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의 씨를 말리겠다는 목표가 확고하다. 미국은 이날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들도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반도체굴기에 대한 봉쇄 의지를 다시 보여준 것인데, 우리 피해도 클 것이니 한가롭게 볼 문제가 아니다.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제품 수출에 대해선 미국 허가를 받게 한 조치도 난감한 대목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도 규제 대상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와 부품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막힌 것은 우리와 경쟁관계인 일본과 네덜란드 등은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면제국에 포함됐는데 주요 반도체 생산국 중 우리만 빠졌다는 사실이다.

허가 면제를 받은 나라들은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출 일부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식으로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미국 정부와 몇 달 전에 합의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는데 우리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건가.

미국발 혼돈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더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약속만 믿고 미국에 천문학적 투자비로 공장을 지은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 좌불안석이다. 예정된 보조금이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 지급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한 약속인데 그럴 리가 있을까 싶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대만의 TSMC는 보조금 지급과 관련, 법적 효력이 있는 최종 계약을 맺었다.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날 발표한 500대 기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곳 중 7곳이 내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거나 아예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이 움츠러들면 저성장 돌파구는 찾을 수가 없다. 정부와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해야 기업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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