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20) 일병의 어머니가 올린 호소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 촉구
지난달 25일 강원도 홍천군 산악지대에서 훈련 중 굴러떨어져 숨진 육군 일병 부모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2일 군인아들부모님카페(군화모)에는 ‘홍천 사망 통신병 억울한 죽음 밝혀지기를요’라는 제목의 호소문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망한 김모(20)일병 어머니라고 밝힌 A씨는 “아들 죽음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게 관심을 가져달라”며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게, 정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A씨는 군 수사 당국에서 전해 들은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공개했다. A씨가 작성한 호소문에 따르면 통신병이던 김 일병은 지난달 25일 오전 8시 무전병 3명을 호출하는 방송을 듣고 통신 장비를 차에 실어 중사·하사·운전병·상병 등 4명과 훈련장소인 아미산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중사는 ‘차에서 확인할 게 있다’며 대원만 올려보냈다고 한다. 이에 동행한 운전병은 중사 대신 12㎏ 장비를 메고 산에 올랐다. 하사와 상병, 김 일병도 각각 12㎏, 14.5㎏, 25.16㎏의 장비를 메고 산에 올랐는데 중간에 운전병이 ‘다리를 삐었다’며 짐을 김 일병에게 지게 했다.
군부대 사고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부대에 보고하느라 신고 늦었다
A씨는 “아들은 25㎏의 짐과 12㎏의 짐을 번갈아 올려다 놓고 내려와 다시 자신의 짐을 올려다 놓는 식으로 산을 올랐다”며 “수사 과정에서 운전병은 예정에 없던 훈련을 하게 돼 전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었고 차에 대기하고 있던 중사는 원래 훈련에 참여해야 하는 인원이었지만 차에서 휴대전화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1시36분쯤 산을 오르던 김 일병이 보이지 않자 일행이 수색에 나섰다. 이후 오후 2시29분쯤 “살려달라”는 외침에 인근을 수색하던 일행이 쓰러져 있는 김 일병을 발견했다. 이어 26분 뒤인 오후 2시56분쯤 포대장 지시로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A씨는 “아들을 발견하고 26분이란 시간을 군대 소대장, 중사 등과 통화하며 버렸다”며 “산이 험해 지상 구조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의무군대 종합센터에는 1시간 뒤에 신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고 후 1시간 52분 뒤 군기가 도착했으나 아들을 싣고 이륙하는 데 실패해 다시 돌아갔다”며 “다시 소방 헬기를 요청해 기다리던 중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CPR)을 26분간 실시했는데 결국 살리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군부대 사고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홍천 아미산 험준한 산악지형
A씨는 “이미 오후 4시 51분쯤 아들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군 당국은 부모에게는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다’고 설명했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퇴근 후 아들이 신을 실내화와 작은 짐을 챙겨 출발했는데 도착했을 땐 하얀 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쌓여 차갑게 식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3군단은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던 중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현재 군과 수사기관에서 후송 과정 등을 포함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으며 유가족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군은 유가족 뜻에 따라 고인의 명예를 위한 최고의 예우를 다할 것이며 유가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일병은 지난달 25일 오후 2시 30분쯤 홍천군 아미산 산길에서 다쳐 응급처치받은 뒤 119 응급헬기를 통해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6시 29분쯤 숨졌다. 군 당국은 김 일병이 전날부터 펼쳐진 대침투 종합훈련에서 통신망 개통 훈련을 하던 중 다쳤다고 설명했다. 훈련이 이뤄진 아미산 일대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알려진 곳이다.
홍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