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검찰 시나리오대로 조작"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이 개시된 3일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사와 수사관들은 경계선 지능 장애에 있는 피고인들의 취약성을 악용해 할 수 있는 모든 위법적 신문 기법을 동원했습니다. 무죄 증거는 적극적으로 감췄고, 공소장은 허위로 작성했습니다."
3일 광주고법 제2형사부(부장 이의영) 재판장.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백모(74)씨와 딸(40)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15년 전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백씨의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마을 주민 1명을 살해한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주범으로 지목됐던 피고인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검사가 자신의 실적을 위해 사건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이 개시됐다.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2010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011년 11월 2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3월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당시 검찰은 백씨 부녀가 15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를 감추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러나 지난해 백씨 부녀의 무죄를 입증할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 법원은 올해 재심을 결정했다. 백씨 부녀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날 박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진술은 검사의 강압 수사로 만들어진 증거라고 주장하며 재심청구 이유를 나열했다. 그는 "백씨 부녀가 도주나 자해 우려가 없음에도 조사 과정 전반에 포승줄과 수갑을 착용한 채 신문이 진행됐고, 이틀간 26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수사로 자백을 압박했다"며 "백씨 부녀에게 어떠한 동의도 없이 장시간 야간 조사를 받도록 해 저항 의지를 무력화했고, 헌법상 보장되는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 고지도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와 수사관은 조사 과정에 유도 신문, 기만, 회유, 이간질 등 모든 위법적 방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시나리오를 강요했고, 백씨 부녀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진술 조서도 조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검사가 백씨의 막걸리 구입 관련 폐쇄회로(CC)TV, 톨게이트 이용 내역, 딸의 버스 탑승 이동 CCTV 등 이들 부녀의 무죄를 증명할 유리한 자료들을 모두 확보하고도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또, 딸이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섞는 데 사용했다고 검사가 제출한 플라스틱 수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돼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이 또한 재판부에 고의로 제출을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시나리오대로 짜맞춘 허위 자백이 기재된 경위도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막걸리에 투입된 청산가리 양은 29.63g으로 플라스틱 스푼으로 8번 정도를 떠담아야 하는 양인데 당시 자백엔 2스푼으로 기재돼 있다"며 "당시 수사 과정에 청산가리 양 2스푼 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잘못 측정하는 바람에 이를 짜맞추다 보니 피고인의 자백도 2스푼으로 정해졌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기존 판결은 정당하다"며 "1심이 내린 무죄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당시 수사검사, 수사관 등 다수의 증인 신문을 진행하며 실체적 진실과 위법 수사 여부 등을 다툴 예정이다. 재판부는 내년 2월 11일 2차 재심 공판을 연다.
광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