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보호' 민감해진 당국
고려아연·금양 등 정정요구 잇따라
작년 한해 4건에 비해 크게 늘어
자금조달 창구로 유증 급증하며
주주가치 훼손도 늘자 기준 강화
4차례 정정 요구 끝에 포기 사례도
정부 차원서 제도 개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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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유상증자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가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사례도 늘어난 만큼 불가피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이후 약 3개월 동안 금감원이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한 기업은 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유상증자 관련 정정 요구가 4건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 하반기 들어 크게 늘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중요 사항에 대한 거짓 기재가 있거나 내용이 불분명해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막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정정신고서를 요구한다. 그동안 금감원은 주로 기업공개(IPO) 관련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해왔으나 최근에는 유상증자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런 현상은 일부 상장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한 고려아연(2조 5000억 원)을 비롯해 ‘올빼미 공시’ 지적을 받는 이수페타시스(5500억 원), ‘뻥튀기 공시’ 논란이 제기된 금양(4500억 원) 등도 증권신고서를 다시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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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유상증자가 급증하면서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1조 69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1% 급증했다.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유상증자가 급증하자 금감원 심사 기준에 미달하는 증권신고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시설 투자 등 기업 성장보다는 채무 상환이나 운영 자금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다 보니 투자자 반발도 커진 상황이다.
금감원은 각종 투자 위험 요소 등을 충실히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 심사를 넘어 유상증자에 성공한 이동통신 케이블 전문 기업인 센서뷰가 낸 증권신고서 정정 내용을 살펴보면 산업 분야별 매출 확대 방안, 비용 관리 방안, 시나리오별 근거에 따른 실적 전망 등을 세세하게 추가했다. 이오플로우는 3차례 정정 신고서를 다시 내면서 관리 종목 지정 가능성 등을 추가로 기재했다.
결국 금감원 단계를 넘지 못하고 유상증자를 철회한 곳도 나온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3월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으나 금감원으로부터 4차례 정정 요구를 받아 일정이 1년 가까이 지연되자 결국 철회했다. 영상 인식 인공지능(AI) 기업 알체라도 지난해 9월 유상증자로 560억 원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정정신고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5개월 만에 계획을 접었다. 알체라는 이달 18일 155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재추진하기로 했으나 금감원 문턱에 다시 걸린 상태다. 고려아연은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한 지 6일 만에 철회했다.
유상증자에 대한 당국의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주 이익 침해 등 논란에 휘말린 일부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한 기업금융(IB) 담당자는 “최근 유상증자와 관련해 금감원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가뜩이나 국내 증시가 어려운데 유상증자로 인한 잡음이 자꾸 나와 더욱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종 논란이 제기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유상증자 제도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 브리핑에서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적정했느냐는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은 절차가 엄격한데 그런 부분도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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