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4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1.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9월부터 11월까진 1.6%→1.3%→1.5%로 내리 1%대를 유지 중이다.
김영옥 기자 |
품목별로 보면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 둔화를 견인했다. 석유류 가격은 작년 같은 달보다 5.3% 내리면서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내렸다. 고공 행진하던 과일 물가도 안정되는 모습이다. 신선과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6% 감소했다. ‘금(金)사과’ 논란까지 나왔던 사과 가격은 8.9% 하락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1.0% 올라 전체 물가를 0.08%포인트 끌어올렸다. 채소류 물가는 9월(11.5%)과 10월(15.6%)에 이어 석 달 연속 10%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여름철 고온 현상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채소 가격이 올랐던 영향이 여전히 남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을 기상 여건이 양호해짐에 따라 상승률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밥상 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지수는 0.4% 상승률을 기록해 2022년 3월(-2.1%) 이후 3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1.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9%로 안정세를 보였다.
장기간 계속되던 고물가 상황에서 한시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를 밑돌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물가마저 한국은행의 목표치(2.0%) 수준을 밑돌 경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 등 외부적 요인이 많이 작용했지만, 내수 부진이 물가에 반영되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며 “저물가 상황이 지속될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고물가 추세가 둔화하는 과정”이라며 “품목별로도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효과가 물가하락에 영향을 미쳤고, 아직 서비스 지수는 높은 편이다. 디플레이션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원화값 하락(환율은 상승) 여파가 반영될 경우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주최한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환율이 상승했지만 파급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영향은 12월 이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저효과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다시 2%에 근접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내수민감물가를 통해 본 향후 물가 흐름' 보고서에서 “내수민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1%대의 낮은 수준을 나타내겠지만, 소비가 회복되면서 시차를 두고 완만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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