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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사설] 이게 반도체 동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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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반도체 리스크가 한국을 옥죄고 있다. 차기 정권을 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연일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더니, 현 바이든 정부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 판매를 차단하고 나섰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HBM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품목 조건을 제시했지만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이 여기에 포함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생산하는 HBM이 규제를 받는다는 얘기다.

미국이 HBM을 수출 금지 품목에 올린 것은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데 필수인 반도체다. 미국은 그간 GPU 수출을 통제했는데, 중국이 HBM을 활용하며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만들어내자 이번에 HBM까지 막아섰다.

전자신문

삼성전자 HBM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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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일본·대만 등을 묶어 '반도체 동맹'을 추진해왔다. 설계는 미국, 생산은 한국과 대만, 부품·소재는 일본이 주도하는 체계를 그렸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행보를 보면 과연 미국이 동맹의 가치를 중요시 하고 있는 지 의심스럽다.

HBM은 기존 D램을 뛰어넘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한국의 핵심 수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주로 엔비디아에, 삼성전자는 AMD와 중국을 위주로 HBM을 공급해왔다. 한국의 이런 중요 먹거리를 미국이 통제하고 나섰다. 엔비디아나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도 규제 받으니 한국도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인가.

그렇다고 보상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존에 했던 약속도 뒤집을 태세다.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보조금을 주도록 법(Chips Act)까지 만들어 놓고 차기 트럼프 정권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첨단 산업에서 중국 도전을 뿌리치려면 동맹들이 단결해야 한다더니, 정권이 바뀌니 이젠 입을 닦는 것인지, 이런 황당한 일도 없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고스란히 볼모로 잡히고 있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에 450억달러를,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 보조금은 커녕 HBM 수출 금지라는 피해만 입게 생겼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곳에 그치는 문제도 아니다. 삼성과 하이닉스를 따라 미국에 진출한 협력사들도 지금 적자는 물론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이런 상황을 보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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