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배우 이현우가 ‘원정빌라’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소감을 밝혔다.
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원정빌라’(감독 김선국) 주연 배우 이현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는 4일 CGV 개봉을 앞둔 ‘원정빌라’는 교외의 오래된 빌라, 어느 날 불법 전단지가 배포된 후 이로 인해 꺼림칙하게 된 이웃들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 공포 영화다. 작중 이현우는 아픈 엄마와 조카를 데리고 사는 203호 청년 주현 역을 맡았다.
이현우는 ‘원정빌라’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시나리오를 보고 흥미가 있었던 부분이 영화 초반부에 주차문제나 층간소음 얘기가 나온다. 교회 얘기로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내용들이 뉴스를 통해 많이 접했다 보니 가깝게 느껴졌다. 흥미가 가서 감독님을 뵀는데, 김선국 감독님의 첫인상은 조용조용하고 숫기가 없으셨다. 그런데 본인이 하고 싶은 에너지가 표현은 잘 안하는데 있으신것 같더라. 거기에 끌려서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정빌라’는 극 초반부 주현과 윗층 주민인 신혜(문정희 분)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 주차문제와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주현이 신혜의 우편함에 사이비 전단지를 넣는 장면을 기점으로 종교 문제가 중점적으로 등장한다. 이현우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시나리오로 처음 봤을 때보다 편집되고 후반작업이 들어가면서 좀 더 스릴러적인 부분들이많이 부각된것 같다. 그래서 저는 (후반부가) 좀 더 흥미롭게 잘 나온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생각을 밝혔다.
실제 기독교 집안으로 알려진 이현우는 종교 소재를 다루는 데 “조심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저희 집안이 기독교긴 한데 거의 무교다 시피 한 기독교다.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은 사실 크게 안 가져봤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영화 내에서 종교적인 부분을 다루는게 ‘조심스러울수 있나?’ 하는 생각은 해봤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주민들이) 사이비에 빠지는 과정이 공감됐다기 보다는 그냥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다. 주변이나 저나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때문에 잘 몰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는 것이지 않나. 이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하는거다. 꼭 사이비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삶을 살면서 흔들릴 때,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고 싶을 때 충분히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주현과 신혜의 갈등이 중심이 되는 만큼 이현우는 자연스레 문정희와 많은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는 “문정희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 되셨다. 같은 작품을 한 적은 없었지만 함께 한다고 했을 때 의지가 됐다. 선배님이 보여주셨던 모습들이 개인적으로 멋지게 본 작품들이 많았다. 그래서 선배님이 선택한 작품에서 같이 만들어가면서 배울게 많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제가 대본을 보면서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고 준비해 놓은 연기가 있는데, 완성본을 보고 있으면 ‘그때 내가 무슨 감정으로 저걸 했지?’ 이런 생각들이 드는 장면들이 문득문득 있다. 문정희 선배님과 호흡 맞추면서 나도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더라. 신기했던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주현과 신혜의 미묘한 관계를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 묻자 “이웃 주민이 친척보다 가까울수도 있고, 옆 집에 누가 있는지도 모를수도 있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이 영화 안에서는 처음 신혜와 주현이와 부딪치는 주차신이 중요했다. 그 한장면으로 이들의 관계성이 그려지는 부분이라 생각해서 거기에 집중을 많이 했다. 그 뒤에 화가 나서 신혜의 집을 찾아가고 그 하는 장면에 대해 감정선의 간극을 주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원정빌라’는 현실 밀착형 공포를 다룬 스릴러 영화다. 그간 대중들에게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던 이현우는 “제 이미지 속에 있는 캐릭터와 주현이라는 인물이 조금은 다른 모습들이 나타난 것 같다”며 주현의 캐릭터 또한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쳤음을 밝혔다.
그는 “제 입으로 말하는건 아니고 (주위에서) 들은 걸 말씀드리자면, 그동안 저는 순둥하고 어떻게 보면 좀 앳된 이미지, 선한 이미지가 강했다. 주현도 어떻게 보면 (사이비를) 악이라 표현한다면 그에 유일하게 맞서 싸우는 인물이긴 하다. 이 캐릭터가 재밌었던건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이는데 하는 생각이나 행동들을 깊이 들여다 보면 선한 사람은 아닌것 같더라. 그게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서는 윗집이 시끄러우니까 찾아가지 않나. 사실 무덤덤하게 백색소음이라 생각할수 있는데 주현은 참다참다 윗집에 올라간다. 그리고 주현이만 자기 집문서를 들고나와서 엄마에게 주는 장면을 통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라고 느껴져서 재밌었다”며 “주현이가 영화에서 거의 마지막에 주민들을 구출해내는 장면 속에서 망설일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악만 있거나 선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그 한 장면에서 잘 표현된것 같아서 좋았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이현우는 이같은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 착한 이미지가 싫었기 때문인지 묻자 “절대 싫진 않다. 근데 개인적인 욕심으로 다양한 배역을 도전해보고싶은 마음에 그런 지점들을 계속 생각해보면서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대본을 선택할때 제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도 중요하다. 근데 단순한 예로 어려보이는 이미지를 빼고싶다고 한다면, 학생 역할 대본을 봤는데 재밌고 캐릭터가 괜찮으면 거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물론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좋은 작품에 좋은 캐릭터를 내가 했을 때 잘 맞아 떨어지고 잘 할수있을 것 같고 도전해 보고 싶고 그런 부분이 아직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현우가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와 대중이 이현우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와의 간극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 중 하나일 터. 이와 관련해 이현우는 “제가 깨고싶은 건 이현우라는 배우에 대해 우리가 알고있는 이미지 속 모습이 있다면, 거기까지 밖에 나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이런 것도 하고 있고 저런 것도 하고 있고 이런 모습도 떠올리고 저런 모습도 떠올리게 하고 싶다. 단순히 남자답거나 어리거나 하는 부분 뿐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연기해 보고 싶은 게 크다”라고 설명했다.
캐릭터 외에도 이현우는 올해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속 크리스토퍼 역으로 관객들과 만나며 데뷔 첫 연극에 도전하기도 했다. 군 입대 전부터 자신이 가진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벽을 느꼈다는 그는 “스스로 자꾸 작아지고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제가 어릴 때부터 활동 하면서 연기적인 공부를 해본적이 없었다. 대학 전공을 하긴 했지만 대학생활도 잘 하지 못했다 보니 그에 대한 갈망같은게 있었던 것 같다. 영화든 드라마든 모든 연기의 시초는 마당놀이, 연극쪽이다 보니 연극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그러다 ‘사운드 인사이드’라는 대본을 보고 끌렸다”며 “(‘사운드 인사이드’를) 하길 너무 잘한것 같다. 더 많은 생각들을 가질수 있게 됐고, 자신감이 없던 부분도 스스로 나를 많이 채울 수 있었던 시간, 앞으로의 방향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가질수있었던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올 한해 영화 ‘도그데이즈’ 개봉부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ENA ‘케이팝업 차트쇼’ MC까지 다방면에서 활동을 펼쳤던 그는 “12월이 됐지않나. 너무 빠른 것 같더라”라고 순식간에 지나간 한 해를 돌이켜 봤다. 이어 “사실 차기작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케이팝업 차트쇼’ MC를 계속 하겠지만 언제까지 일이 없을지 모르니까 계속 걱정되더라. 그래도 열심히 살았으니 뿌듯할 수 있는 건데 너무 아쉽다. 이제 연극이 끝난지 한달 조금 됐는데 한 6개월을 쉰것 같다. 너무 심심하다. 그러면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것 같다”며 “배우는 누가 찾아줘야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지 않나. 3개월을 쉴수있고 30년을 쉴 수도 있는거다. 얼마나 걱정 크겠냐”고 차기작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현우는 ‘원정빌라’를 끝마치며 얻은점을 묻자 “제가 그간 작품 해오면서 연기해온 캐릭터들 속에서 처음보는 얼굴 같은게 개인적으로 보였다. 어떤식으로 연기를 했고, 어떤 모습이 부각이 됐고 하는 것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장면이 훨씬 많지만 한두장면에서 그간 스스로 못봤던 모습이 보인 게 조그맣게 뿌듯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점에 대해 “‘원정빌라’를 보며 각각의 인물들이 이해가 됐으면 좋겠더라. 각자의 욕망이 있어서 사기를 치는거고 사기에 휘둘리는 것이지 않나. 분명히 이들은 나쁘다. 하지만 신혜도 그렇고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전단지 하나를 넣은 주현의 사소한 행동이 큰 파장으로 돌아온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작은 행동이나 말 하나로 일이 커질때가 있지 않나. 우리 영화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단순히 매개체가 이단이나 종교였고,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뿐이지 그냥 사람사는 이야기를 한 거다. 그런 지점을 거부감 없이 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스마일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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