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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사설] 간첩법 개정 목청 높이다 “언제 적 간첩 얘기냐” 돌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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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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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처리를 주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익을 위해서 이 법은 필요하다, 민주당에 정중히 묻고 싶습니다. 적국을 외국으로 하는 간첩법 통과시킬 겁니까? 아니면 막을 겁니까?”라고 묻고는 법안 처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 대표 말대로 민주당이 간첩법 처리를 미루려 한다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간첩 행위를 했지만 간첩법으로 단죄하지 못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7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 정보가 외부로 새나갔지만 군 검찰은 유출한 군무원에게 북한과의 연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앞서 6월에는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근처에서 드론으로 미 항공모함인 루스벨트함을 촬영하다 발각됐다. 이들의 휴대전화에서는 최근 2년간 찍은 군사시설 관련 사진 수백장과 중국 공안의 연락처가 나왔다. 드론을 조종한 유학생 중 한 명은 중국 C대학에서 우수 공산당원으로 뽑혔다는 사실도 최근 확인됐다. 누가 봐도 간첩일 가능성이 높은데 간첩죄 적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행 간첩법(형법 98조)이 ‘적국’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들어 간첩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했고, 더불어민주당 또한 관련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며 맞장구쳤다. 안보에 여야 이견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런데 야당은 정작 간첩법 개정안이 지난달 13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1 소위를 통과하자 전체 회의 상정 등 처리 절차를 늦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사위 제1 소위 회의록엔 야당이 법 개정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발언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영교 의원은 “언제 적 간첩인데 지금 간첩을 얘기하나”, “군사기밀은 다 국가기밀이냐”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원내 지도부는 입을 닫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돌변은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사대주의 발상으로 비칠 수 있다. 국가이익에 반하는 정보유출은 간첩죄로 엄히 다스려야 마땅하다. 한국의 군사 안보와 첨단 산업기술 정보를 노리는 국가가 어디 한둘인가. 간첩죄 대상을 북한에서 외국 전체로 확대하는 간첩법 처리에 정치권이 더는 주저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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