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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비린내에 생쥐 들끓던 이곳…8조원 쏟아부어 도쿄 랜드마크로 천지개벽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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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일본 쓰키지 시장 터에
돔구장에 MICE 시설 집결

땅 주인 도쿄도, 매각 대신
70년 임대로 개발 속도 내

육해공 아우른 교통망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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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키지 시장서 발굴된 유적들. 공사가 시작되면 별도 장소로 옮겨지게 된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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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찾은 도쿄 츄오구 옛 쓰키지 시장 터. ‘도쿄의 부엌’으로 불리며 한때 도쿄뿐 아니라 전국에 농수산물을 공급했던 일본 최대 도매시장이 있었던 곳이다.

1935년 설립된 이곳은 지난 2018년 인근 도요스시장으로 이전하며 문을 닫았다. 시장 노후화에 따라 1986년부터 재정비가 논의됐지만, 시간·비용이 많이 드는 정비 대신 이전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택한 것이다.

시장 이전이 완료되자 이 지역은 전 세계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도쿄 중심부인 긴자와 불과 1km 남짓한 거리에 있는 입지 조건에다 도심 밀도가 높은 도쿄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대규모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개발대상지는 19만㎡로 축구장 20개 이상이 너끈히 들어갈 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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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쓰키지 시장 모습 [사진= 도쿄도]


쓰키지 시장 터는 이전 후 공사장 담벼락으로 굳게 닫힌 채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사를 앞두고 처음으로 미디어와 일반인에게 이를 공개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진 것이다.

직주락 클러스터로 바뀌는 쓰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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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바뀌는 쓰키지시장 조감도. 가운데 다목적 스타디움을 둘러싸고 호텔, 사무동, 거주동, MICE 시설 등이 들어선다. [사진 = 도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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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키지장외시장과 인접한 문으로 들어서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공간이 펼쳐졌다. 멀리 남쪽으로는 레인보우 브리지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동쪽으로는 도쿄를 관통하는 스미다강이 흘렀다. 이 너머에는 신흥 주택가인 하루미와 쓰키지가 이전한 도요스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는 공사를 앞두고 공사 차량이 움직일 도로 정비를 마친 상태였다. 쓰키지 시장의 유적 발굴 작업도 마무리 단계였다. 내년부터 시작될 개발에 대한 준비가 끝난 것이다.

쓰키지 지역은 토지 비용을 제외하고 건설 비용으로만 9000억엔(약 8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도쿄 최대 재개발사업이다. 일본 최고층 랜드마크로 화제가 되고 있는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다이힐스 개발비가 토지를 포함해 6400억엔(약 6조원)이었다.

사업자는 미쓰이부동산을 중심으로 도요타부동산과 요미우리신문 등 11개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해외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승리를 거뒀다. 이달 컨소시엄은 땅 소유주인 도쿄도와 세부계약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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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키지 시장 터에 새롭게 들어서는 시설의 조감도 [사진 = 도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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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마사키 도쿄도 쓰키지개발조정과장은 “스포츠 경기부터 대형 콘서트까지 약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상업시설과 사무동, 호텔, 주거동 등이 건설된다”며 “대규모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시설 등을 포함해 총 9개의 건물이 지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의 중심 테마는 업무(Work)와 주거(Live), 놀이(Play)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클러스터’ 형태다. 최근 도쿄 재개발의 주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컨소시엄의 주요 주제도 쓰키지 마을 만들기를 반영해 ‘원 파크 X 원 타운(One Park X One Tow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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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키지 시장 재개발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도쿄도가 토지 임차권을 70년간 컨소시엄에 부여하는 협정을 맺기로 한 것이다. 시설의 본격적인 이용부터가 시작인데 2032년에 1단계, 2038년에 2단계 사업이 완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80년에 가깝다.

다카노 다쿠오 도쿄도 도시정비국 과장은 “토지를 매각할 경우 (급격히 커지는 비용이) 원활한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며 “70~80년이 지나면 다시 한번 대규모 재개발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이때 도쿄도가 원하는 그림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임대가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토지 임대 방식으로 개발 속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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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부터 다목적 스타다움부터 MICE 시설이 들어설 옛 쓰키지 시장 터 [도쿄 =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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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는 연간 토지 임차료로 100억엔(약 930억원)을 받을 계획이다. 컨소시엄으로서는 토지 매수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사업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도쿄도는 주변 교통망 정비도 함께 지원한다. 도쿄역에서 시작해 긴자, 쓰키지, 도요스, 도쿄빅사이트 등을 지나는 6km 거리의 임해 지하철을 새롭게 짓기로 한 것이다. 사업비는 5000억엔(약 4조6500억원)으로 2040년 가동이 목표다.

다카노 과장은 “MICE 분야의 경우 도쿄의 매력을 높여 싱가포르 등과 경쟁해서도 지지 않는 것이 목표”라며 “신설 지하철은 도쿄 내 주요 MICE 장소 3곳을 연결하고 쓰키지 지역은 하네다공항, 도쿄역과도 가까워 교통면에서는 최적의 입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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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다강에서 바라본 옛 쓰키지 시장 터. 강과 인접한 부분은 수상택시 등이 운행되는 항구가 들어선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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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키지 지역에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교통망도 구축된다. 스미다강에 가까운 곳에 교통허브를 만들고 여기서 신설 지하철과 수상버스, 항공택시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상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앞으로 4년 뒤부터 정박할 디즈니 크루즈도 만날 수 있다.

대규모 재개발을 앞두고 있지만 불안감도 있다. 우선 일본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과연 대규모 시설을 채울 기업·개인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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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쿄 스미다강을 오가는 도쿄수변라인 배 모습. [도쿄 =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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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쿄 내에만 신주쿠, 시부야, 야예스, 오테마치 등에서 50여개의 대규모 개발이 진행중이다. 이들이 2020년대 후반부터 하나씩 완공되면 사무실 공실률 등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자연재해 위험이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직하형 지진이 일어날 경우 고층 건물은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직하형 지진에 대한 경고는 최근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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