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중국미술관 교류전 '수묵별미'…양국 근현대 수묵채색화 소개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중국미술관이 교류전으로 마련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는 제목처럼 '수묵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는 2층 2개 전시장에서 각각 근대 중국화와 한국화, 3층 2개 전시장에서 각각 현대 중국화와 한국화를 보여주며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역사적 맥락에서 다르게 발전해 온 수묵채색화의 면모를 살핀다.
두 미술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 작가 69명 작품 74점과 중국 작가 76명 작품 74점(합작 작품 포함) 등 148점을 모은 전시에서는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중국 근대 회화가 눈에 띈다. 특히 전시작에는 우리나라의 국가유산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문물국이 지정한 1∼3급 문물(文物. 국가유산) 그림 32점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에서 1급을 포함해 총 32점의 문물이 전시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쉬베이훙(徐悲鴻), 〈전마(戰馬)〉, 1942, 종이에 먹, 색, 110.5×61.3cm, 중국미술관 소장(왼쪽), 치바이스(齊白石) 〈연꽃과 원앙(荷花鴛鴦)〉, 1955, 종이에 먹, 색, 137.7×67.8cm, 중국미술관 소장[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2층 중국화 1부 전시장 초입에는 이 중 1급 문물 그림 5점을 따로 모아 소개한다.
우창숴(吳昌碩)의 '구슬 빛'(珠光.1920)과 쉬베이훙(徐悲鴻)의 '전마'(戰馬.1942), 치바이스(齊白石)의 '연꽃과 원앙'(荷花鴛鴦.1955), 우쭤런(吳作人)의 '고비사막 길'(戈壁行.1978) 등이다. 우창숴는 서예와 전각, 회화 모두에 능했던 화가로, 왜색 화풍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한국화를 추구하던 한국 작가들이 참조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온 '구슬 빛'은 등나무를 활달한 필체로 그린 만년의 대표작이다.
린펑몐(林風眠), 〈물수리와 작은 배(魚鷹小舟)〉, 1961, 종이에 먹, 색, 31×34.5cm, 중국미술관 소장[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쉬베이훙은 프랑스에 유학했던 첫 중국 화가이자 20세기 중국 미술 교육에서 큰 공로를 세운 작가다. 전시작 '전마'는 간단한 필묵선 몇 개만으로 달리는 말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2017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이 열렸던 치바이스는 장다첸(張大千)과 함께 '남쪽의 장다첸, 북쪽의 치바이스'(南張北齊)로 불렸던 화가다. '연꽃과 원앙' 속 연잎은 먹으로 그려졌지만 연꽃은 붉은색을 사용해 중국의 사회주의 미술에서 강조하는 붉은 색을 수묵화에 담았다.
라오빙슝 '자조' |
중국의 역사적 특징이 반영된 작품들도 있다. 2급 문물인 천쑹예(錢松岩)의 1972년작 '금수강남 풍요로운 땅'(錦繡江山魚米乡)은 중국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산수인물화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라오빙슝(廖氷兄)의 '자조'(自嘲.1979)는 독 안에 갇혀 있던 지식인이 독이 깨지고 나서도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으로, 문화대혁명을 비판하고 성찰한다. 이밖에 중국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 그림들, 둔황 벽화 연구소에서 벽화 모사를 했던 작가 판제쯔의 그림 등 쉽게 보기 힘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회화'전에 나온 김기창의 1955년작 '군마도' 전시 모습. 2024.12.2. zitrone@yna.co.kr |
같은 층의 한국화 1부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안중식의 1915년작 '백악춘효'로 시작한다. 이어 '서화'가 글씨와 그림으로 나눠지며 붓과 종이, 먹으로 그린 그림을 '동양화'로 부르기 시작하고 수묵채색화가 근대미술로 전환한 시기를 살핀다.
한국화 2부 전시에서는 다시 '동양화'가 '한국화'로 바뀌고 소재와 재료, 형식 면에서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한국화가 작품을 다룬다. 석철주, 김선두, 유근택, 이진주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같은 층에 비슷한 시기의 한국과 중국 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각기 다른 사회·정치·경제·문화적 배경 속에서 어떻게 다른 미감과 정서가 드러나는지 비교·감상하는 게 전시를 보는 포인트"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6일까지. 한국 전시 후 내년 중국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유료 관람.
이진주 〈볼 수 있는 21〉, 2024, 이정배블랙 수제물감, 광목에 색, 108.7×81cm[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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