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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지배구조2024|두산]에너지 회사로 변화하는 두산…칠전팔기 교통 정리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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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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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두산그룹의 운명의 날이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룹 사업 재편에 연일 제동을 걸던 금융당국의 승인마저 완료됐고, 이제 주주들의 최종 승인만이 남았다.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업재편 안이 통과되면 두산그룹은 칠전팔기 도전 끝에 사업 구조를 새롭게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향후 두산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주도하에 소형모듈원자로(SMR), 대형 원전 등 에너지 사업에 조(兆) 단위 실탄을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운명의 날 코앞으로…열쇠는 주주 손에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두산로보틱스 본점과 분당 두산타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각각 개최한다. 이번 주총의 골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의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이다. 분할 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 승계회사는 두산로보틱스다.

이번 재편안 승인은 무려 5개월 만에 이뤄졌다. 앞서 두산은 지난 7월 금융감독원에 1차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시장에 분할·합병 소식을 알렸다. 당시 재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밥캣을 떼어내 상장폐지하고, 두산로보틱스에 밥캣을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산이 내세운 합병비율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사업 재편이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당시 두산은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을 1대0.63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를 두고 밥캣 주주들 사이에서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금융당국에서도 두산의 재편안을 두고 주주가치 훼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잇달아 신고서를 반려했다. 당시 불공정 이유는 양사 몸값 차이였다. 두산밥캣은 그룹 내에서도 1조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알짜배기'로 통하는 반면, 로보틱스는 영업손실을 내는 아픈 손가락이었던 것이다.

이에 두산은 지난 10월 밥캣을 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방안과 함께 기존 합병 비율을 1대0.043으로 새롭게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이로써 두산은 지난 25일 증권 신고서 제출 여덟 번째 도전 만에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두산이 선택한 새로운 분할·합병 방식은 '흡수인적 분할합병' 방식이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가 분할합병신주 배정기준일(25년 1월 27일)의 현재 지분에 비례해 분할·합병 비율에 따라 로보틱스 주식을 배정받는 것이다.

합병 두고 자문사들 엇갈린 의견…남은 과제는



다만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었음에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 충돌에 외부 잡음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에너빌리티의 경우 외국인 주주 비중이 23%에 달하기 때문에 외국인 주주들의 표 행사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ISS는 이달 열리는 에너빌리티 임시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에 반대할 것을 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ISS는 에너빌리티의 합병 거래는 근거가 부족하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찬성표를 던졌다.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더 큰 수익과 강력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서 "(두산그룹이) 핵심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레버러지 감소와 투자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도 변수로 떠올랐다. 두산그룹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이달 12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인데, 현재까지 주주들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격은 에너빌리티 2만890원, 로보틱스 8만472원이다. 이중 에너빌리티의 한도는 6000억원, 로보틱스는 5000억원이다. 만일 주주들이 행사한 청구권 규모가 두산이 제시한 한도를 넘는다면 재편안이 철회된다. 이 경우 1월 31일로 예정된 재편안 마무리 작업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조 단위 실탄 장전…비영업 자산도 정리한다



두산은 사업 구조 재편이 마무리되면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해 에너지 사업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박상현 에너빌리티 사장은 "비영업 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 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산은 이번 재편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추가 투자를 진행했을 경우, 투자수익률만 15% 이상으로 예상했다. 또 사업 재편안을 그대로 진행했을 경우 오는 2028년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업구조 재편이 마무리되면 두산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은 2000년대부터 자산 매각 등의 진통과 함께 여러 번의 사업 재편을 거듭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킨 대표적인 기업"이라면서 "이번 재편이 끝나면 (부실했던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은 물론 업계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산 측은 이번 합병에 대해 "SMR, 가스터빈 등 친환경 성장 사업 및 대형 원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 사업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라며 "양사 모두 장기적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경영 합리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산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이 최종 승인되면 내년 1월 31일까지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분할·합병 등기 예정일은 내년 2월 3일이다.

전소연 기자 s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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