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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단독 인터뷰] '오세훈 후원자' 김한정 "한때는 명태균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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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김한정 씨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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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는 2021년 2월에서 3월, 명태균 씨가 운영하던 여론조사 업체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에게 5차례에 걸쳐 총 3300만원을 줬다.

김 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인 2021년 6월과 7월, 11월에도 명씨 측(강혜경씨 계좌)에 돈을 줬다.

정치권 막후에 있는 후원자를 연상시킨다.

그럴만한 인물일까?

김 씨는 명태균 공천 거래 의혹이 불거지며 언론에 처음 이름이 알려진 사람으로, 과거에는 철강업체를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은 지난달 27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김 씨를 만났다.

첫번째 만남에서의 인터뷰는 11월 27일 TV조선 ‘뉴스9’에 보도된 바 있다.

왜 명 씨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의 돈을 줬는지, 오 시장과는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당시 리포트에 다 담지 못한 그의 말과 이후 한 차례 더 만나 나눈 이야기를 종합해 싣는다.

기자> 왜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기 명태균 씨(강혜경 씨 계좌)에게 3300만원을 줬나?

김한정>"자꾸 그 때 돈을 준 걸 가지고 오세훈 시장과 연결하는데, (보궐선거가 끝난 이후인)2021년 6월, 7월, 11월에도 돈을 줬다. 오 시장과 내가 어떤 커넥션이 있어서 돈을 준 게 아니다. 명태균이 국민의힘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니까 도와준 것이다."

기자>국민의힘에 보탬이 되면 돈을 주나? 오 시장이 당선되면 일종의 대가를 받을 거라고 기대한 거 아닌가?

김한정>"오 시장과의 인연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시작됐다. 당시 오 시장 주장은 ‘모두 똑같이 주지 말고, 없는 학생에게 더 주자’는 것이었다. 이 찬반 투표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나쁜 투표’라며 거부하자고 몰아갔다. 나는 오 시장의 철학에 공감해 ‘투표해야 한다’고 사비를 들여 전국에 현수막을 걸었다. 그게 인연의 시작이다. 내가 오 시장의 대단한 후원자라면, 나한테 뭔가 대가가 떨어졌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서울시 문지기도 못 간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오세훈만 도왔나? (언론 보도대로면) 윤석열도 돕고 이준석도 도운 거 아닌가? 난 그저 보수를, 국민의힘을 잘되게 하자는 마음이었을 뿐이다.“

기자> 오 시장은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의 소개로 명 씨를 두 차례 만난 뒤에는 만난 적 없다는 입장이다. 그 설명대로면 명 씨는 오 시장 캠프로부터 내쳐진 상황이었는데, 그런 명 씨에게 왜 돈을 줬나? ‘오세훈 시장이 만나보라 했다’는 김 씨 녹취도 공개됐는데.

김한정> "사실 명태균 전화번호는 내가 물어봐서 오세훈 캠프로부터 받은 거다. 당시 여론조사에 대해 명 씨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다닌 걸 듣고 내가 궁금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더 알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가 캠프에서 아무 직책도 없는데 그냥 전화할 수가 없잖은가. 그래서 ‘오세훈 쪽에서 전화번호 받아서 너한테 전화했다’고 말한 거다.

기자> 명 씨와의 문제가 불거진 이후 오 시장과 연락한 적 있나?

김한정> "어떻게 연락을 하겠나. 미안해서 못했다. 오 시장이 원치 않는 일을 내가 한 거 아닌가. 그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이나 했겠나."

기자> 순수하게 보수를 위한 일 한다는 마음으로 수천만 원을 줬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김한정> "사실 한때는 명태균이 내 친한 동생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던 때도 있다. 명 씨가 김종인 위원장이나 윤석열(당시 대선 후보)과 소통이 되니까, 나도 인사를 시켜준 적이 있다. 명 씨가 김건희 여사나 윤석열을 만나고 난 ‘썰’을 나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또 자기가 여론조사 한 내용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누가 어떻게 오르고 있고, 누구는 안되고' 이런 얘기들을 해줬다. 그 땐 나도 그런 게 신기하고 좋았다.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들한테는 그것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어딨나. 거기에 나도 넘어간 거다.”

기자> 일종의 정보값, 인맥 관리 비용으로 줬다는 건가?

김한정> “그렇다. 지금 상황이 이렇게 돼 완전 병X이 된 기분이다. 40년 넘게 사업하면서 허튼 돈 한 번 안 썼는데, 그 돈 준 걸로 이렇게 엮일 줄 몰랐다. 다만 다른 언론에도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무슨 은밀한 뒷거래가 있었으면 기록이 다 남게 계좌로 입금했겠나?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기자> 오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나 시장 측으로부터 모종의 도움을 받은 게 있나?

김한정> “전혀 없다.”

김 씨는 기자에게 2021년 6월과 7월, 11월에 각각 500만원 두 차례와 200만원, 총 1200만원을 강혜경 씨 계좌로 입금한 기록을 공개했다.(11월 27일 TV조선 '뉴스9' <오세훈 후원자 "시장 선거 후에도 강혜경에 3차례 송금" ↔ 강혜경 측 "여론조사 吳에 보고"> 참조)

강 씨 측이 밝힌 4차례, 총 1420만원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송금 기록을 온라인으로 조회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고 했다.

기자> 이 시기에는 왜 돈을 줬나?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대선 출마 선언(2021년 6월 29일)을 하고,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진행되던 시기인데.

김한정> “(명 씨가)돈을 달란다고 내가 우리 아들도 아닌데 그냥 막 줬겠나. 명 씨가 도와 달라고 사정을 했다. 어쩔 때는 내가 손님이 없어도 '손님이 와서 끊는다'고 통화를 끝내면 강혜경이 또 전화가 온다. 강 씨는 ‘명 본부장이 돈 주신다고 했다는데 여기로 좀 보내주세요’라고 한다.‘내가 왜 계속 도와야 하냐’고 핀잔을 주면 강혜경이 또 사정한다. 그럼 나는 '내가 강 실장(강혜경) 얼굴 보고 보내준다'면서 '다음에 윤석열 되면 100배 1000배 갚아'라고 말한 거다. 근데 그걸 또 (언론에선) '대선 여론조사 대납'이라고 하더라.”

그와 함께 앉아있는 동안에도 김 씨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저장 안 된 번호였다.

그는 "또 기자일 것"이라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가까운 지인들이 돈 빌려달래도 안 줬는데, 참 더럽게 꼬였다”며 한탄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강 씨와 김 씨의 지난 9월 10일 통화에서 김 씨는 "막말로 (명태균에게) 한 10억씩 주던지. 니 혼자 뒤집어 써라.명태균이가 뒤집어쓰든 감옥에 가든 간에 명태균도 뭐 좀 받고, 나는 이제 자리는 이제 못 준다. 이제 이렇게 터진 이상은. '한 10개 줄게 20개 줄게' 해갖고 던져주고. '네가 뒤집어쓰고 허위 진술하고 가라' 하든지" 라고 말했다.

이른바 ‘10억 입막음’논란이다.

기자> 강혜경 씨와 통화에서 ‘명태균에게 10억 정도 줘서 입막자’는 말은 왜 했나?

김한정> “(명태균이)무슨 녹취록이 있다고 하면서 계속 시끄럽게 하니까 막말로 ‘누가 한 10억 20억 줘서 그냥 입 좀 막아버려야지 이거 나라가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 이런 취지였다. 그 때 까지만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이야기만 나오던 상황이었다. 내가 윤석열 대통령하고 뭐가 있다고 개인 돈을 10억 20억 주나.

기자> 강 씨와는 비교적 최근까지 통화를 했던데.

김한정> “강 씨는 국정감사에 나가 폭로를 한 이후인 10월 28일 ‘1000만원을 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 돈을 어떻게 주냐’고 하자 강 씨는 ‘다른 사람을 통해 주면 문제가 안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내가 거절하자 나와 관련된 녹취가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기자>‘공정과 상생 학교’는 무슨 단체이고 왜 만들었나. 그 단체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서울시 산하기관에 취업해 김 씨가 ‘꽂아준 것’이라는 의혹도 받는다.

김한정>"당시에는 나름의 우파 모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 같은 걸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작은 학교를 만들어서 젊은 친구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정치를 가르쳐 젊은 정치인을 키워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내부의 불화도 있었고, 윤석열 정부 초기 이런 조직을 한다는 게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싶어 사실상 유야무야 없어졌다. 그때 함께 있던 사람들이 서울시 산하기관에 얼마나 대단한 요직으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갔다면 그들이 능력이 됐으니까 간 거고, 그들 상당수가 원래 구의원, 시의원 등 정치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다.”

기자> 돈은 어떻게 벌었나? 제주도에 별장도 있던데.

김한정> “내 할아버지는 옛날에 멸치잡이 배를 타셨고, 아버지는 교편을 잡으셨다. 난 돈이나 벌어야겠다 싶어 젊어선 영업사원을 하다가 철강사업을 하게 됐다. 지금은 다 손뗐다. 예전에 나폴리 여행을 가보니 절벽 위에 영화배우 집들이 지어져있더라. 그걸 보고 나도 절벽 위에 집 하나 짓고 싶어서 제주도에 하나 지은 것이다. 사실 내 형편에는 좀 무리해서 지은 건데, 지어놨으니 손님들을 초대해 밥 먹고 만난 거다.”

곽승한 기자(kwa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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