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에 빵 구하려다 어린이 등 압사…이집트서 휴전 협상 속개
가자지구의 무너진 건물 잔해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스라엘이 북부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불안한 휴전을 이어가는 사이 남쪽으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전방위 폭격을 퍼부으면서 민간인 참변이 속출하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 속에 구호 차량을 상대로 약탈이 이어지자 유엔이 구호품 전달 중단을 선언하면서 '최후의 생명줄'마저 위기에 놓이게 됐다.
미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보건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하루 동안에만 북부 지역에서 200여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베이트 라히야에 위치한 카말 아드완 병원의 한 관계자는 CNN에 가자지구 북부에서 200명 이상이 거주하는 건물 5채가 폭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공습으로 100여명 이상이 건물 잔해에 깔렸고 구조된 사람은 1명뿐이었다.
계속된 전쟁으로 식량난이 심화하면서 참사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서는 가자 중심부의 한 빵집에서 어린이 2명과 여성 1명이 압사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식량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빵을 구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몰린 탓이다.
가자지구 중부의 한 빵집에 몰려든 인파 |
유엔은 가자지구가 무정부 상태에 빠졌고, 공공질서가 무너지면서 기아가 급증하고 약탈도 만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구호품 전달 차량에 대한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주요 검문소를 통한 구호품 전달도 결국 중단됐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지난 몇 달간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과하는 길이 안전하지 못했다"며 "기아가 극심해지고 있는 시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UNRWA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과해 가자지구로 향하던 식량 전달 트럭이 약탈당했고, 지난달 16일에는 무장갱단에 의해 구호 트럭 100여대가 공격받기도 했다.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불가능하게 된 원인을 이스라엘에 돌렸다.
그는 이스라엘 당국을 향해 "구호품이 안전하게 가자지구로 들어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인도주의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0일 하마스와의 연계성을 주장하며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을 공격해 숨지게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에서는 가자지구 휴전을 위한 회담이 재개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들은 1일 이집트 관계자들과 만나 휴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복수의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와 함께 가자지구 휴전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에 "(하마스는) 고립돼있고, 헤즈볼라는 더 이상 그들과 함께 싸우지 않고 있으며, 그들의 뒷배인 이란과 다른 세력들은 또 다른 분쟁에 몰두해있는 상황"이라며 휴전 성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진전을 이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러 차례 협상 타결에 가까웠지만 최종 협상에는 이르지 못했던 만큼 언제가 될지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신중을 기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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