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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뉴스 속 경제] 중국산 저가 밀어내기에 철강 산업 '위기'‥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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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기간산업으로 꼽히는 철강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동시에 무역 장벽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인은 어디 있는지, 이성일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철강은 우리 주력 산업 중 하나잖아요?

생산 축소, 구조조정 이미 시작이 된 거죠?

◀ 기자 ▶

국내 최대 업체 포스코가 공장 하나를 문 닫았습니다. 대략 보름 전 일입니다.

이런 일 처음은 아니고, 지난 7월에도 제강 공장 하나를 폐쇄했으니 올 들어서만 2번째입니다.

이때 폐쇄된 제강 1공장은 1973년, 이번에 문 닫은 선재 1공장은 1979년부터 가동한 오래된 설비들입니다.

언뜻 쓸 만큼 쓰고 문을 닫은 명예 퇴역 아니냐 보이지만, 철강산업의 현 상황은 그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입니다.

◀ 앵커 ▶

많은 업계에서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철강 산업은 유독 많이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 기자 ▶

가동률이 말해줍니다.

2-3년 전까지 90%에 육박했었는데, 10% 가까이 떨어졌고, 일부 업체는 6-70% 수준입니다.

지난달 1년에 2백만 톤 생산하는 주력 공장 중 하나인 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에서 화재가 2번이나 나면서 생산을 멈췄는데, 철강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생산설비에 여유가 있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일화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2위 현대 제철도 포항에 있는 공장 한 곳을 폐쇄할 계획을 밝혀, 철강산업의 본산인 포항지역에는 상당한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 앵커 ▶

특히 철강 쪽이 먼저 구조조정에 내몰린 이유가 있습니까?

◀ 기자 ▶

근본적으로는 중국 철강 산업의 과잉생산, 그리고 중국의 경기침체는 그것을 도드라지게 만든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지난 10년 동안 30% 넘게 늘었난 반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기는 아직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건설분야, 철강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부문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만들고 쓰지 못한 제품 늘고, 공장도 멈추지 않다 보니 업체들이 싼값에 판로를 해외로 돌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철강 가격은 3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중국 철강 수출량 2016년 이후 가장 많아졌습니다.

가까운 우리나라에는 중국산 철강 제품이 지난 4년 새 50% 많은 물량이 쏟아져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저렴한데 많은 양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부에서 다 쓸 수 없으니까 해외로 돌리고 있다 이런 이야기잖아요.

그러면 우리 기업들만 겪는 건 아니겠어요?

◀ 기자 ▶

지난주 독일 최대 철강 업체인 티센크루프 스틸이 생산능력의 1/4을 줄이고, 직원 40%를 감원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 전 세계 업체들이 차례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을 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쉽게 버릴 수 없는 기간산업이고, 원인도 값싼 수입제품이 늘어났다, 이런 것들이다 보니까요, 각국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죠.

EU와 인도 같은 주요 수입국들은 이미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일본도 철강업계가 반덤핑 관세 부과를 정부에 요청했고, 우리 정부도 선박 건조에 쓰는 중국산 후판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라는 요청에, 산업 피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 앵커 ▶

걱정이 되는 게,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잖아요. 어떤 정책이 나올 지 모르니까 걱정이 됩니다.

◀ 기자 ▶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 새 행정부가 공언한 보편 관세가 도입되는 것도 걱정이고,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를 건드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있는 겁니다.

지금도 미국으로 가는 우리 철강 제품 수출은, 물량이 정해져 있어서 가격을 낮춰도 득 볼 것이 없습니다.

물량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세를 부담하면, 정해진 쿼터를 넘는 물량도 수출할 수 있는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8년에 정한 규칙입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한 원산지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고 있는데, 조건에 따라서는 현지 생산기지를 가진 우리 자동차, 나아가 철강 기업까지도 부담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 앵커 ▶

중국발 구조조정, 무역 분쟁은 전례가 많잖아요?

◀ 기자 ▶

과잉 생산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 때문에 보호 무역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2015년 중국 경기침체기에도 반복됐던 일입니다.

그때도 중국 과잉 생산, 이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중국업체들의 퇴출, 구조조정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업체 대부분 지방정부 투자 기업이고, 경기 침체기에 실업자 늘릴 수 있는 조치, 공장 문 닫아라, 합병해라, 강하게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각국이 자기 나라 산업 보호를 위해 세율, 관세, 무역 장벽을 올리는 게 중국을 겨냥한 것이더라도, 우리업체가 피해가기 쉽지 않은 게 걱정입니다.

미국도 전보다 자국 이익 챙기는데 적극적입니다.

어찌보면 철강은 시작이고, 다른 산업에서도 중국의 불황과 밀어내기 수출이 만들어낼 무역 갈등이 뒤따를 소지가 있는 겁니다.

◀ 앵커 ▶

이성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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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기자(si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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