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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삼성 반도체 50년, D램 용량·반도체 매출 규모 50만 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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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기흥 공장 건설 현장 둘러보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오는 6일로 50주년이 됩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연구 개발로 '초격차 경쟁력'을 선보이며 D램 용량과 반도체 매출 규모를 50만 배로 늘리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오랜 기간 메모리 반도체 기업 1위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실적 부진 등으로 삼성전자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1974년 12월 6일 당시 삼성 계열사 이사였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시작됐습니다.

강기동 박사가 설립한 한국반도체는 국내 첫 반도체 웨이퍼 가공 생산 업체로, 당시 부도 직전이었습니다.

시계와 TV에 들어가는 단순한 기능의 칩을 생산하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1983년 일명 '도쿄선언'을 통해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1983년 2월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대내외에 공식 발표하고 기흥 공장 착공에 나섰고,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었습니다.

당시 아무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으나, 삼성은 제품 개발 착수 6개월 만인 83년 11월 64Kb(킬로비트) D램의 공정, 검사, 조립 기술 등 반도체 전(全)공정 기술을 독자 힘으로 개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첨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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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삼성전자 64Kb D램 첫 해외 출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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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988년 11월에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하며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창립 기념일도 이에 맞춰 11월 1일로 바꿨습니다.

1989년까지 일본의 도시바, NEC,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 이어 4위를 기록했던 삼성은 1990년 시장점유율 12.9%로 1위인 도시바(14.7%)를 바짝 추격하며 2위를 기록했고, 여세를 몰아 1992년에는 시장점유율 13.5%로 도시바(12.8%)를 제치고 세계 D램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1992년은 삼성이 64Mb(메가비트)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역사적인 해이기도 합니다.

64Kb D램 개발로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9년 만에 1천 배의 집적도 성장을 이룬 셈입니다.

이듬해인 1993년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올라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1994년 256Mb D램 세계 최초 개발, 2002년 낸드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 2011년 세계 최초 20나노급 D램 양산, 2013년 세계 최초 3차원 수직구조 1세대 V낸드 양산, 2016년 세계 최초 10나노급 D램 양산 등의 기록을 써 왔습니다.

2022년에는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를 적용한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지난 4월에는 업계 최초로 1Tb(테라비트) TLC 9세대 V낸드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9월 개발 발표한 현존 최대 용량 32Gb(기가비트) DDR5 D램은 1983년 64Kb D램과 비교하면 용량이 50만 배 늘어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1975년 2억 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1986년 1천억 원을 넘긴 데 이어 1991년에는 1조 원을 달성했습니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22년에는 98조 원을 기록, 19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당시(2조7천억 원)와 비교해 29년간 36배로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매출이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반도체 영업이익은 24조 원으로, 1983년 도쿄선언 당시와 비교해 7천 배 이상 증가했고, 1993년과 비교해도 31배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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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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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반도체 사업 진출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의 내부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입니다.

별도의 50주년 기념행사도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의 앞에 놓인 상황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투자를 적기에 하지 못해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빼앗긴 데다, 파운드리 사업의 대규모 투자에도 글로벌 1위인 타이완 TSMC와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시작으로 햇수로 9년째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한몫했습니다.

반도체 사업 부진 속에 삼성전자는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 총파업을 겪기도 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한때 '4만전자'로 주저앉았고, 이에 서둘러 2017년(9조3천억 원) 이후 7년 만에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습니다.

미중 갈등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연일 내비치는 것도 부담 요소입니다.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을 의식한 듯 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강화하고 파운드리 사업부 수장을 교체했습니다.

이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7년 만에 메모리사업부장을 겸하기로 했습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자 옛 미래전략실 출신인 김용관 사장도 DS부문에 신설된 경영전략담당을 맡아 기술 경쟁력 복원에 필요한 투자 등의 전략을 조율·지원합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반도체 사업 태동지인 기흥캠퍼스에서 총 20조 원을 투자하는 차세대 연구개발 단지의 설비 반입식을 열고 재도약을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전영현 부회장은 당시 기념사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50년의 역사가 시작된 기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 새로운 100년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요인들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이라며 "변화가 없다면 반전의 계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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