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무시해?" 흉기 든 계부 이성 잃었다…의붓딸 살해 전말[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1년 8월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주택에서 흉기를 휘둘러 의붓딸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현장에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모습./사진=뉴스1

3년 전인 2021년 12월 2일. 이삿짐을 가지러 온 의붓딸을 흉기로 살해한 남성 A씨(당시 58세)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건강 문제와 궁핍한 경제적 상황을 비관하던 중 의붓딸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평소 의붓딸이 날 무시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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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찾으러 온 의붓딸과 말다툼…"나 무시해?" 흉기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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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약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아내와 2019년부터 별거하다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토요일이었던 2021년 8월 7일 오전, 아내와 의붓딸 B씨(당시 33세)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A씨 집에 찾아왔다. 이혼하면서 미처 가져오지 못한 물건들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A씨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에 이혼까지 겹치면서 삶을 비관하던 때였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와 공동으로 소유하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사실을 전해 듣고 절망에 빠졌다.

아내가 집 밖에서 이삿짐 정리를 하는 동안 A씨는 과일을 깎으며 B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대화는 곧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분노를 참지 못한 A씨는 과일 깎던 흉기를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B씨에게 다가가 휘둘렀다.

아내는 집안에서 벌어진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로 흉기에 찔린 B씨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현관문 쪽으로 가려고 발버둥 쳤고, A씨는 이를 보면서도 아무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저혈량 쇼크로 끝내 숨졌다. B씨 남편과 두 딸은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잃어야 했다.

A씨는 현관문을 걸어 잠근 채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과 2시간 넘게 대치하다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내가 피해자"라며 자해를 시도해 응급 수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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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내에게도 흉기 휘둘러 '유죄' 전력…징역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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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과거에도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적이 있었다. 그는 1998년 전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같이 죽자"며 수면제를 강제로 입에 넣은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의붓딸이 평소 아내와의 혼인 생활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나를 무시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극심한 고통을 줬고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하고 뉘우치는 점과 스스로에 대한 비관이 지나쳐 흉기로 자기 몸을 찌를 정도로 판단력이 저하됐던 상황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022년 4월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붓딸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고, 배우자이자 피해자 어머니는 현재까지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피고인은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고 하지만 범행이 매우 중하고 끔찍하다.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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