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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마트 덜 가는데 여긴 바글바글…트레이더스·코스트코, 붐비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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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스가 이끈 이마트 실적 회복
창고형 할인점 원조 코스트코도 훨훨
소품종 대량 판매로 낮춘 가격에 몰려
코로나19·고물가 시기에 더욱 성장
한국일보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상품이 박스째 진열돼 있는 모습.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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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이어지는 대형마트 침체기가 무색하게 올해 들어 실적 반등을 보여 준 이마트 뒤에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있다. 트레이더스와 비슷한 모델인 코스트코코리아(코스트코) 역시 파죽지세다. 두 곳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에 밀리는 '오프라인 쇼핑의 위기', 지갑을 꽉 닫은 고물가를 이겨내고 있다. 소품종 대량 판매와 이에 뒤따르는 저렴한 가격이 계속 성장하는 비결로 꼽힌다.

1일 이마트 실적 공시를 보면 올해 1~3분기(1~9월) 누적 전체 매출은 12조7,1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보다 2.1% 줄면서 4년 만에 쪼그라들었던 이마트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마트 사업 부문 가운데 트레이더스 매출이 전년 대비 5.9% 증가한 2조7,1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마트는 주력 사업이면서 가장 덩치가 큰 할인점 매출이 2.5% 감소했음에도 트레이더스 덕에 실적을 회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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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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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트레이더스의 실적은 깜짝 반등이 아니다. 2010년 1호점을 연 트레이더스 매출은 2020년대 전후로 20%대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트레이더스 매출이 이마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2.8%에서 올해 1~3분기 21.3%까지 커졌다. 트레이더스가 이마트의 성장 사업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창고형 할인점 원조인 코스트코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곳의 2024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은 6조5,300억 원으로 2021년 5조3,522억 원에서 1조 원 넘게 불었다. 1983년 미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코스트코는 한국 19개, 전 세계 89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한국 기준 연간 3만8,500원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소비자가 대형마트, 백화점보다 이커머스에서 돈을 더 많이 쓰는 요즘 오프라인 점포를 둔 트레이더스, 코스트코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에 있다. 트레이더스, 코스트코가 점포에서 파는 상품은 각각 5,000개, 4,000개 정도로 최대 10만여 개를 갖춘 일반 대형마트보다 훨씬 적다. 매장 면적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큰데 상품 수가 적으니 대용량, 묶음 상품이 주를 이룬다. 단위당 가격이 낮은 비결이다.

이커머스 공세 속, 꺾이지 않는 창고형 할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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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코리아 세종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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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트레이더스 기준 농심 신라면 30개가 들어있는 한 박스 판매가는 2만280원이다. 개당 가격이 676원으로 신라면 5개짜리 상품을 파는 대형마트 780원보다 저렴하다. 또 트레이더스에선 오뚜기 토마토 케찹, 해표 식용유의 100ml당 가격이 각각 465원, 341원으로 대형마트 696원, 472원보다 싸다. 트레이더스는 케찹, 식용유도 낱개로 파는 대형마트와 달리 3개, 2개씩 묶어서 판다.

상품마다 진열에 공을 들이는 대형마트와 비교해 박스째 쌓아놓는 박스 단위 진열(RRP) 방식은 이윤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상품 진열에 필요한 노동력을 최소화해서다. 아울러 코스트코의 경우 실적을 키우는 요인으로 회원비를 빼놓을 수 없다.

창고형 할인점 후발주자인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에 비해 약했던 존재감을 키운 점도 눈에 띈다. 창고형 할인점이 코스트코를 통해 익숙해지면서 트레이더스까지 보편적인 쇼핑 시설로 정착했다는 분석이다.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와 달리 회원비가 없어 창고형 할인점을 가볍게 즐기고 싶은 소비자를 틈새시장으로 공략하고 있기도 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매입 원가가 낮은 대용량 상품 판매 등을 통해 가격을 구조적으로 내려 언제든 초저가를 유지할 수 있다"며 "판매 촉진 행사 등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하는 다른 유통 채널과 달리 가격 하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종료 후 식는다' 예측도 빗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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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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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할인점이 주요 쇼핑 장소로 자리 잡은 배경으론 사회적 요인도 있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물가가 터진 2020년대 들어 성장세가 가팔라졌다고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집밥 수요가 커지면서 창고형 할인점에 사람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창고형 할인점이 30여 년 넘은 대형마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선해 소비자 발길을 더 끌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프라인 점포는 여전히 신선식품 등 먹거리 구매처로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수요가 창고형 할인점으로 이동하고 있는 얘기다. 다만 대형마트도 최근 들어 먹거리 전문 점포, 복합쇼핑몰 접목 등 기존의 틀을 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들어가고 고물가도 한풀 꺾이면 창고형 할인점의 인기가 식을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빗나간 점 역시 주목받는다. 한꺼번에 많은 상품을 냉장고에 쟁여놓고 천천히 꺼내 먹는 '고물가 소비법'이 자리를 잡으면서 창고형 할인점 고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트레이더스는 현재 21개인 점포 수를 2025년에 서울 마곡점, 인천 구월점으로 2개 더 늘리기로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두세 가구가 창고형 할인점에서 물건을 함께 사고 나눠 가졌는데 지금은 가구끼리 따로 소비를 해 매출을 키우고 있다"며 "창고형 할인점은 자체 브랜드(PB) 상품 경쟁력도 좋아 당분간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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