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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시리아반군, 8년만의 역습… 중동 화약고 ‘또다른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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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이란, 우크라-중동戰에 발목잡혀

반군, 아사드정권에 대대적 공세

4일만에 ‘제2 도시’ 알레포 장악

동아일보

아사드 대통령 사진 짓밟는 반군들 지난달 29일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 반군들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을 밟고 있다. 시리아 반군은 지난달 27일 북서부에서 대규모 공세에 나선 지 사흘째인 이날 알레포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알레포=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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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정부군이 우세를 보이며 소강상태를 이어왔던 ‘시리아 내전’이 최근 반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재개되며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 전쟁’ 이후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리아 내전까지 상황이 악화되면 중동 전역이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시리아 반군은 그간 정부군을 지원해 왔던 러시아와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과의 전쟁 등으로 시리아에 크게 신경 쓰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노려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수년 사이에 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 반군, 알레포 점령… 8년 만의 대공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지난달 27일부터 정부군을 상대로 최근 수년 사이에 가장 격렬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흘 만에 북서부 제2의 도시인 알레포 대부분 지역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에 알레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도시다. 2011년 3월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반군이 2012년 알레포를 점령해 거점으로 삼으며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됐다. 반군은 2016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연합 공격으로 알레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약 8년 만에 알레포 완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반군이 알레포 상당 지역으로 진입했다”며 공세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정부군은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병력을 재배치했다”며 “도시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반군은 알레포 외 지역에서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은 “반군이 중부 도시 하마까지 진격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무력 충돌로 민간인 44명을 포함해 최소 32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공세는 시리아 반군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세력으로 알려진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튀르키예 지원을 받는 소규모 무장조직들도 합세했다. HTS는 2011년 설립된 알카에다 계열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에 뿌리를 두고 있다. HTS는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은 여전히 알카에다와 접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란 관영 이르나통신은 1일 “아랍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연합 공습으로 알레포를 점령했던 HTS 수장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쪽에서 공식 확인은 아직 없는 상태다. 2013년 미국 국무부는 HTS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했고, 1000만 달러(약 139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 이란-러시아 지원 약화가 반군 부추겨

이번 반군의 공세는 아사드 정권과 정부군을 돕던 외부 세력의 지원 약화가 결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와 이란은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의 충돌 때문에 시리아 내전에 전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태다. 아사드 정권과 불편한 관계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을 앞둔 상황도 반군이 반격을 결심한 배경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란은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을 급파해 아사드 정권 지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도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이 2015년 러시아의 개입에 힘입어 승기를 잡았으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군이 시리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미국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이 동북부를 장악하고 있다. HTS 등 반군도 서북부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휴전협정 이후에도 여전히 산발적인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0일 “헤즈볼라가 휴전협정을 위반하고 무기를 밀수하고 있다”며 레바논 국경지대에 있는 헤즈볼라의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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