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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가상자산 과세도 유예…또 물러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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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정비” 들어 ‘정부안’ 동의…‘부자 감세’ 비판 행보와 어긋나

청년·중도 표심 겨냥했지만 당내서도 “조세 정의 훼손”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이 1일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기조를 비판해온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까지 정부·여당 손을 들어주면서 조세 정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깊은 논의 끝에 지금은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면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2년간의 유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투자소득 금액에서 250만원을 뺀 금액의 20%를 세금(지방세 포함 22%)으로 부과하도록 한다. 정부는 이를 2027년까지 유예하는 안을 지난 7월 발표했고,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정부안 수용을 촉구해왔다. 민주당은 당초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공제액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정부안 수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소득세법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가상자산 과세만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소득세법 자체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득세법으로 묶이는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일종의 패키지”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청년과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전자지갑을 통한 해외 거래 등의 가상자산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의 발언이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 논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대표가 유예론에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친이재명(친명)계 다선 의원은 “차기 대선에서 청년과 중도층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면 이런 정무적인 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까지 정부·여당 입장을 수용하면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정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수도권 3선 의원은 “모든 걸 떠나 조세 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누군들 세금을 많이 내고 싶겠는가. 그래도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년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유예가 실제 실행된다면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므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손우성·신주영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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