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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시리아 반군, 8년 만에 최대 도시 탈환… 내전 격화에 중동 정세 또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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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S 주도 반군 세력, 알레포 점령
"건물 곳곳서 아사드 현수막 찢어"
러시아군 공습 등 산발적 전투 중
러·이란 약화 탓에 아사드는 위기
한국일보

시리아 반군 소속 한 병사가 지난달 30일 북서부 도시 알레포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얼굴이 그러진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알레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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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악의 내전 국가'인 시리아가 또다시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정부군 공세로 수세에 처해 있던 반군 세력이 대규모 반격을 개시,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를 기습 점령한 것이다. 반군으로선 과거 자신들의 '상징적 거점'이었으나 2016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뺏기며 통제권을 넘겨줬던 알레포를 8년 만에 재탈환한 셈이다. 한동안 교착 상태였던 시리아 내전이 다시 격화하는 국면을 맞게 됐다.

직접적 계기는 '이란·러시아의 아사드 정권 지원 축소'다. 이란·러시아가 각각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전쟁에 힘을 쏟느라, 시리아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틈을 반군이 파고들었다. 2011년부터 14년째 이어지는 내전에서 자국민을 잔혹하게 탄압한 '시리아의 도살자' 아사드 대통령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진격 사흘 만에 알레포 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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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 병사들이 지난달 30일 북서부 거점 도시 알레포에서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알레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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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AFP통신·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날 "(시리아 반군 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과 동맹 세력이 알레포 지역 대부분과 정부 기관, 국제공항, 교도소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7일 공격을 개시한 지 사흘 만에 반군이 사실상 알레포 전역을 점령했다는 의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반군 병사들이 알레포 곳곳에서 아사드 대통령 현수막을 불태우는 영상도 퍼졌다. 시리아 정부군 역시 "반군이 알레포 대부분 지역에 진입했다"고 확인했다.

알레포뿐만이 아니다. SOHR은 반군이 알레포에서 남쪽으로 각각 60, 130㎞가량 떨어진 이들리브주(州)와 '하마'로 진격해 마을 일부를 점령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지역 또한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반군 통제하에 들어갔고, 정부군이 2018~2020년 장악했을 때까지 격전을 치렀던 서부 요충지다.

다만 교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SOHR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군이 30일과 1일 밤 사이, 알레포를 공습해 최소 16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HTS 수장 아부 모하마드 알줄라니(42)가 사망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27~30일 교전에 따른 사망자는 민간인 44명을 포함, 총 327명으로 파악된다. 반군은 알레포에 30일 오후 5시부터 24시간 동안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점령 후폭풍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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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이 지난달 30일 북서부 도시 알레포에서 정부군 포로를 붙잡고 있다. 알레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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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잃었던 '거점 알레포'를 사흘 만에 되찾은 반군의 공세는 더 강화할 전망이다. HTS가 수년간 병력을 현대화한 만큼, 향후 정부군과의 전투에서도 우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HTS는 2010년대 시리아 내전을 통해 성장한 이슬람 조직으로,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탓에 미국 정부에는 테러 조직으로 등록돼 있다.

반대로 시리아 정부군은 내우외환 형국이다. 아사드 대통령이 국민 지지를 잃은 탓에 정부군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러시아와 이란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SOHR은 사흘간의 교전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에 대응하지 않고 후퇴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은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를 장악하고 있다는 환상이 산산조각 났다"고 평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반군의 공격은 시리아 내 세력 균형에 있어 최근 수년간 최대 변화"라며 "러시아와 이란의 좌절이 아사드에게는 재앙으로 변했다"고 짚었다.

중동 정세도 안갯속에 빠졌다. 민족·종교·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시리아 특성상, 향후 전황의 전개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튀르키예·러시아·이란·미국 등의 대응에 따라, 2010년대 시리아를 휩쓴 폭력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정부는 튀르키예·이란 정부와 각각 소통하면서 상황 안정을 촉구했고, 미국 정부도 성명을 내고 "아사드 대통령은 반군과 대화하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달 27일 휴전 합의 발효에도 불구, 사흘 후인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지역을 타격해 최소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헤즈볼라가 무기 밀수를 시도해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는 게 이스라엘 주장이지만, 무력 충돌이 계속되면 '60일간 휴전'이 금세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도 공습을 퍼부었고,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 3명 등 20명 안팎이 목숨을 잃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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